“국회가 일은 안 하고 매일 싸우고 놀기만 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민을 위한 법안, 정책을 열심히 만드는 국회의원들도 꽤 많다. 하지만 열심히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제도적 혹은 관행적인 장벽이 존재한다. 아주로앤피는 ‘열 일 국회’로 가는 길에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정기국회의 꽃인 국정감사가 끝나면 국회는 곧바로 예산 모드에 돌입한다. 16개 상임위가 각 소관 부처를 상대로 칼을 휘둘렀다면 이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독무대가 시작된다. 하지만 빠듯한 심사 기간으로 인해 졸속 심사라는 지적이 해마다 제기되고 있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예결위 결산심사소위원회는 4일 환경부·고용노동부·기상청·국토교통부·여성가족부·교육부 등 부처를 상대로 지난해 결산안을 심사한다.
당초 국회는 지난 8월 30일까지 2017 회계연도 결산 심사를 끝냈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결산보고서를 5월 말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정기국회(9월 1일) 시작 전까지 마쳐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가 결산안을 법정 시한 내 처리한 경우는 2011년 단 한 번밖에 없다. 매번 ‘지각 심사’를 한 셈이다.
헌법과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회는 정부의 지난해 결산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권한을 갖는다. 결산안 심사를 통해 정부의 전년도 씀씀이를 들여다본 뒤, 이를 토대로 내년도 예산안에 증액 또는 삭감으로 반영하라는 취지다.
이를 위해 국회는 예결위를 두고 있다. 각 상임위에서 예·결산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마치면 예결위가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다만 상임위가 이유 없이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예결위에 바로 회부된다.
문제는 심사 기간이다. 400조원이 넘는 예산을 50명으로 구성된 예결위원이 살피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예결위는 기본적으로 상임위 심사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는 상임위 일정과 무관하게 예결위 심사 30분 전까지 상임위 심사를 마치라고 하고 있다.
지난 5월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당시, 각 상임위 예산 심의 시작이 오전 10시였는데 국회 사무처는 9시 30분까지 심의를 마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상임위 개의도 전에 심사를 마쳐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국회의 이러한 관행에 문제 제기를 했다.
장 원내대표는 지난 8월 운영위 업무보고에서 “국회사무처가 과거 권위주의 시절 행정부 편의주의에 따른 적폐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결산 심의의 경우 지정된 심사 기간을 넘겨 상임위의 법적 권한이 없어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며 상임위 권한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후 국회 사무처는 2019년도 예산안을 각 상임위에 회부하면서 이러한 심사 기간을 지정하지 않았다. 장 원내대표는 “뒤늦게나마 국회가 심사기간 지정에 대한 문제 제기에 국회법을 지키고, 과거 적폐를 개선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법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예산”이라며 “결산을 제대로 해야 예산을 심사하는데 상임위에서 결산 심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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