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국가주석을 겸임하게 된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지도자가 탄생한 가운데 외신들은 내년 사이버 보안법 발효를 앞두고 반체제 인사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의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 "서열 1위·2위 겸임은 호찌민 이후 처음"...권력 막강해질 듯
VN익스프레스 등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3일(이하 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쫑 서기장을 차기 국가주석 후보로 지명했다. 베트남에서는 권력 서열 1위인 공산당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 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 등 이른바 4대 기둥이 권력을 나눠 갖는다.
국가주석은 권력 서열 2위다. 권력 서열 1위와 2위의 역할을 한 사람이 수행하게 된 것은 베트남 민족 영웅인 호찌민 전 주석 이후 처음으로, 쫑 서기장의 권력이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하노이 출신인 쫑 서기장은 공산당 기관지 편집장과 당 정치국원, 국회의장 등을 거쳤다. 2011년 서기장에 올랐고 2016년에는 당시 정치 라이벌이었던 응우옌 떤 중 총리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뒤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정치적 입지를 넓혀왔다.
보수 성향의 중도파로 알려진 쫑 서기장은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국회의장 시절인 2008년에는 대규모 기업 사절단과 함께 한국을 찾아 적극적인 한국 기업 유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2014년 10월에는 서기장 자격으로 한국을 다시 방문,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통해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의지에 합의하고 한반도 비핵화 등을 담은 공동 성명을 채택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쫑 서기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 사이버 보안법 발효 앞두고 IT 기업 등과 갈등 가능성
외신들은 내년 1월 1일 사이버 보안법이 발효될 예정인 만큼 반정부파들과의 갈등,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과의 전면전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정부는 현재도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터넷 영역을 통제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다 정부 비판글을 올린 혐의로 두 사람이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사이버 보안법은 인터넷상의 국가 안보 및 관련 기관·단체·개인의 책임에 대해 규정한 것으로 △ 사이버 보안·관리 규정 체계화 △ 데이터 로컬화 △ 외국계 IT 기업의 베트남 지사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이버 보안법에 따라) 페이스북과 알파벳의 구글이 베트남에 서버를 배치하면 베트남 당국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쉽게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인터넷연합(AIC)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베트남 사업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의 베트남 전문가인 조나단 런던은 "베트남의 스트롱맨인 레주언(Le Duan) 정권 이후 나타나지 않았던 방식으로 당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광범위한 회의론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레주언은 베트남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베트남 공산화를 실현한 대표적인 정치가다.
한편 쩐 다이 꽝 전임 베트남 국가주석이 지난 9월 21일 지병으로 서거하면서 국가주석직은 공석이 됐다. 현재는 당 티 응옥 틴 부주석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쫑 서기장은 오는 22일 국회에서 국가주석으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임기는 2021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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