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2년까지 미래차, 사물인터넷(IoT) 등 신(新)산업 분야에 125조원 규모에 달하는 민간 투자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기업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산업분야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고용시장 악화, 친(親)노동 정책 등으로 기업 경영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수십조가 넘는 거액에 선뜻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몇 곳이나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해당 분야를 지정해 육성책을 펴는 것은 ‘지도없는 길’을 가야하는 신산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래차 등 5개 유망분야 중심, 민간투자 프로젝트 발굴 나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4일 충북 청주시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개최한 제8차 회의에서 △미래차 △반도체‧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 가전 △에너지신산업 △바이오‧헬스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신산업 일자리 창출 민간 투자프로젝트 지원방안’이 상정‧의결됐다.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인 문재인 대통령과 관계부처 장‧차관들은 이들 분야에 2022년까지 125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도, 총 9만2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위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등 대외환경 변화에 발맞춰 5개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민간의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정부가 마중물 투자 등을 통해 밀착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차의 경우 기업 투자가 시장 전망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투자 리스크가 큰 만큼 초기시장 창출 지원에 중점을 둘 것이란 게 일자리위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2022년까지 현재 대비 5배 이상의 전기·수소차 시장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미래차 민간보급 확대, 공공수요 창출, 시범사업 등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충전할 곳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만큼, 민간 중심의 충전인프라 확충도 지원한다. 향후 4년 내 전기차 충전기는 1만기, 수소차 충전기는 310기를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도 대기업과 부품·장비 협력사가 2022년까지 고도화 반도체 및 10.5세대 등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신·증설할 수 있도록 전력 등 산업인프라를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물인터넷(IoT) 가전 분야도 주요 가전업체가 2022년까지 생산시설 고도화, IoT플랫폼 구축, 신제품 개발 등에 전념할 수 있게 지원한다.
IoT 가전 분야의 경우 스마트홈에 유리한 여건이지만 스마트홈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실증기회 부족이 투자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대규모 스마트홈 시범사업 추진,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홈 ‘킬러 서비스’ 출시 등 실증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다.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신산업도 △신속 인허가 △입지규제 개선 △주민수용성 제고 및 계통연계 해결 등을 통해 지역 일자리 조기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바이오·헬스 분야는 데이터에 기반한 실증 및 제도개선을 통해 헬스케어 등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 될 수 있게 돕는다. 특히 개인정보유출 우려가 없는 대규모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제도개선을 통한 혁신서비스 개발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의료기기 분야도 병원의 수요를 반영한 구매조건부 연구개발(R&D)을 도입, 국산 의료기기 수요를 늘릴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정부 지정하고, 기업 따라오라'··· 신산업 분야 창의성 제약
이번 신산업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책은 해당 산업 내 기반시설 구축 등 인프라 제공, 초기 시장 진입을 도와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투자 리스크를 어떻게 예측하고, 이를 어떻게 수익과 연결시킬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투자가 시장성, 이윤과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기업들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와 닿는 이유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반(反)시장 정책으로 기업의 운신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신산업에 투자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산업 시장의 리스크가 큰 만큼 정부지원과 보증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해당 분야의 고급인력 양성 등 장기적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며 “특히 5가지 분야를 정부가 지정해 놓고,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은 창조성(creative)이 동반돼야 하는 신산업 분야에 또다른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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