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국내에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4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정책의 불확실성을 가장 큰 문제로 진단하며,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위해 규제와 정책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주최하고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의 후원으로 열린 '급증하는 중국 암호화폐거래소의 한국 진출 동향과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는 블록체인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부의 무대응을 질타했다.
기조 발제자로 나선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과대학원 특임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이 제일 큰 문제"라며 "하루빨리 규제나 정책 방향이 명확하게 정해지고, 정해진 틀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한다면 한국의 거래소가 세계에서 2~3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 교수는 중국거래소의 국내 진출과 관련 "(일자리 창출 등) 결론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이라며 "들어오는 것 자체로 왈가왈부하는 폐쇄적인 마인드를 가지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중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며 후오비와 오케이코인은 지난 3월과 4월 국내에 진출했다. 이들 업체들은 상장된 코인 수가 한국 거래소 보다 훨씬 많으며 수수료 또한 훨씬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중국 거래소가 국내로 진출하는 이유는 중국의 규제 때문이다. 비트코인 위안화 거래비율은 한때 90% 가까이 오른 적도 있지만, 국부 유출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거래를 금지하면서 2017년 2월 30%, 11월 0%로 급감했다.
하 교수는 "이때부터 중국 거래소가 홍콩, 몰타, 싱가폴, 한국 등으로 진출했다"며 "중국 당국의 규제가 빠른 시일 내에 풀릴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이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정책 미비로 암호화폐 산업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저렴한 수수료율과 다양한 코인으로 무장한 중국 거래소에 시장이 잠식되는 상황이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의 국내 진출을 우려했다. 김 교수는 "중국의 엄격한 규제로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규제가 작은 주변국가(한국)로 중국의 거대한 암호화폐 자본 및 기술이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미 시장규모를 확보한 거대 거래소만 살아 남게 된다"며 "중국의 거대한 자본과 기술로 국내의 거래소 및 관련 산업들이 잠식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다른 국가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빌려 써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현재의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사를 후원한 송 의원은 과거 조선의 명나라에 대한 조공외교를 언급하면서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가 한국에 들어옴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는 오늘 만의 일은 아니고 역사 속의 한국과 중국 관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송 의원은 "정부여당이 가상화폐공개(ICO)에 대해서 너무 큰 규제를 하고 있어서 중국거래소들이 많이 들어오는 게 아닌가"라며 "적당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오픈을 해야,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의 역기능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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