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강수연이 남긴 말 “후배들아, 즐기는 골프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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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서민교 기자
입력 2018-10-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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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은퇴 대회 첫날 1언더파 공동 6위

  • -우승하면 시드권 획득, 은퇴 결정 번복은 없어

  • -은퇴 후 후배 양성에 힘 쏟을 계획

[은퇴 기자회견을 하며 웃고 있는 강수연. 사진=KLPGA 제공]


“골프, 이만큼 치면 된 것 같아요.”

강수연(42)이 마지막 은퇴 무대에서 남긴 말이다. 주위에서는 아직 10년은 더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강수연은 올해를 끝으로 현역선수 은퇴를 결정했다. 강수연은 “부상이나 체력적인 것을 떠나서 정신적으로 쉬고 싶다”며 21년간 걸었던 필드를 떠날 채비를 했다.

강수연은 4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을 은퇴 대회로 결정했다.

1997년부터 국내 첫 ‘황금세대’로 활약한 강수연은 KLPGA 투어에서 8승을 거두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1승,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3승 등 개인 통산 12승을 수확했다. 특히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과는 인연이 깊다. 2000년부터 시작한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3회 대회에서 3연패를 이룬 우승자가 바로 강수연이다.

강수연은 최근까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발휘했다. 지난해 5월 JLPGA 투어 리조트 트러스트 레이디스에서 우승하면서 ‘역시 강수연’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은퇴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있었지만, 강수연은 올해 떠나기로 결정을 내렸다.

강수연은 “올해 초중반쯤 은퇴를 결정했다”며 “21년 프로 생활을 했는데 너무 오래 뛴 것도 같고 힘들기도 하고, 이젠 후배 양성을 하고 싶다. 앞으로 더 뛸 수 있는 마음도 들지만 그렇게 남고 싶지 않아 결정했다”고 은퇴 이유를 밝혔다.
 

[강수연의 티샷 모습. 사진=KLPGA 제공]


공교롭게도 강수연은 은퇴 대회 첫날 뛰어난 성적으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날 코스가 어려워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8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강수연은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3언더파 공동 선두에 오른 김지현, 김지현2와 불과 2타 차다.

강수연은 현역 마지막 대회에서 2004년 10월 파브 인비테이셔널 이후 14년 만에 국내 대회 정상 도전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강수연의 은퇴 결정은 확고했다. 강수연은 “우승을 하고 시드를 받아도 이미 은퇴 결정을 번복할 일은 없다”고 거듭 강조한 뒤 “아직 갖고 있는 재능이 있을 때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은퇴를 말할 수 있지만, 은퇴 결정을 하기까지는 힘겨운 시간이 많았다. 강수연은 “은퇴를 하겠다고 처음 마음을 먹었을 땐 울기도 했었고, 감정 기복이 심했다”면서 “지금은 마음이 굉장히 시원하다. 완전히 골프를 떠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편하게 골프채를 놓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웃어 보였다.

강수연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개 투어를 돌며 통산 474개 대회(한국 96개·미국 174개·일본 204개)에 출전했다. 500경기 출전에 가까운 엄청난 경기 수다. 강수연은 “모든 순간이 기억이 나지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1, 2, 3회 우승을 했을 때와 마지막 우승이 와 닿는 것 같다”며 “골프를 그만 둘까 생각까지 했었던 미국 투어가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당분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는 강수연은 짧은 휴식 후 후배 양성을 위해 제2의 골프 인생을 열 계획이다. 강수연이 후배들에게 전할 골프는 어떤 골프일까. 강수연은 “30대 초반까지는 우승을 위한 골프를 쫓아다니면서 많이 힘들었다. 일본을 넘어가 8년간 많이 배우면서 골프를 즐기면서 칠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스코어와 우승 목표에 지쳐 30대를 넘기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가 많다. 그런 후배들에게 골프의 재미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강수연은 이번 대회를 마친 뒤 일본으로 건너가 계약이 돼 있는 한, 두 경기를 더 뛴 뒤 필드를 떠날 계획이다. 국내에서 뛰는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의 마침표로 골프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강수연은 2라운드를 마친 뒤 대회 현장에서 공식 은퇴식을 갖는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동명이인’ 김지현과 김지현2가 나란히 3언더파 69타로 공동 선두에 나서 시즌 2승을 노린다. 시즌 막판 타이틀 경쟁에 들어간 ‘슈퍼루키’ 최혜진이 2언더파 70타로 배선우, 이소영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랐고, 임주연과 백지희가 강수연과 함께 공동 6위에 자리했다.

이정은6가 1오버파 73타로 장하나 등과 함께 공동 17위, 오지현은 3오버파 75타 공동 39위로 출발했다. 기대를 모았던 LPGA 투어 신인왕 후보 고진영은 4오버파 76타로 공동 47위에 머물렀고, 국내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대회에 처음 출전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는 7오버파 79타로 부진해 공동 82위까지 떨어져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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