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정책 과제로 추진 중인 '해운업 재건'이 실시 6개월이 지나도록 기관 통합과 자금 지원 등 핵심 방안을 방치한 탓에 '골든 타임'을 흘려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조선·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설립된 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는 여전히 전신인 ㈜한국해양보증보험, ㈜한국선박해양 통합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청산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이는 합병 재무제표를 토대로 재무건전성, 신용도 등을 살펴 이뤄지는 공사채 발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기획재정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는 4월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서 컨트롤타워인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고, 총 200척 이상의 선박 신조(新造)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해진공의 법정자본금은 당초 계획된 5조원을 크게 밑도는 3조1000억원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대부분 현물 출자로 이뤄졌다. 지원해 줄 실탄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해진공은 최근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에 들어가는 3조1541억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약 3조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9월 말에 현대상선이 본건조계약을 체결했는데도, 해진공은 자금을 지원할 방도조차 확정하지 못했다"며 "이는 발족한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정부가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계부처의 늑장 대처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해수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맞춰 '안정적인 화물'을 확보하도록 돕고 해운산업 재건과 조선수주 확대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화주들이 화물을 우리나라 선사에 싣는 비율인 '적취율'을 제고, 수익성을 증대시켜 '선순환'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해수부 실무 담당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50%(원양·근해), 벌크화물 80.1%, 유류화물은 33.8%까지 국적선 적취율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라고 구체적인 방안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체적인 논의가 없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벌크화물의 경우 주요 화주인 발전사, 가스공사 등은 이번 해운재건 계획과 무관하게 적취율이 높았다"며 "문제는 정기선 화주 및 국적 화물 등인데, 논의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가 단순히 선박 및 장비 지원 등에 매몰된 탓에 운영자금이 고갈돼 가는 중소선사들은 이 순간에도 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그때마다 이슈가 발생하면 회피하려는 임시방편보다는 확실한 중심을 가지고 중장기적인 계획에서 신속히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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