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195개국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로써 한국을 포함한 195개국의 온실가스 배출 제한이 보다 강화될 예정이다.
앞으로 전 세계는 지난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030년까지 최소 45%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순 제로(0)'(net-zero) 달성을 목표로 하게 된다.
특히 지구 평균 온도 1.5℃로 낮추기 위해 2016-2035년 연간 총 2조40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8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난 1∼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의 정책 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을 승인했다.
한국 정부 대표단은 김종석 기상청장을 수석 대표로 기상청, 환경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등 11개 부처로 구성됐다.
이회성 IPCC 의장은 7일 "과학자들이 만든 초안을 각국 정부 대표가 한 문장씩 검토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제6대 IPCC 의장을 맡고 있다.
이 의장은 "1.5℃ 목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이루려면 전 지구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실행해야 한다"며 "그에 따라 여러 혜택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번 특별보고서가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약 1℃ 가량 상승했다. 2006∼2015년 평균 온도는 1850∼1900년 평균보다 약 0.87℃ 올랐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간 평균 온도가 약 0.5℃ 상승해 전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보다 훨씬 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이번 세기말(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1.5℃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는 '1.5℃ 목표'의 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IPCC에 특별보고서 작성을 요청했다. IPCC는 이번 총회 개회 이전에 특별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 등 최근의 인위적 온난화로 인한 온도 상승 추세는 10년당 0.2℃다. 이 같은 지구온난화 추세가 유지되면 2030∼2052년 사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오를 전망이다.
판마오 자이 IPCC 워킹그룹(WG)1 의장은 "그동안 인간으로 인해 이미 1℃가 오른 상태"라며 "앞으로 인간이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으면 2100년에는 (산업화 이전보다) 4∼6℃나 올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일시적으로라도 산업화 이전보다 1.5℃이상 오르면 지구온난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져 1.5℃ 수준에서 안정화할 때보다 인류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또 '1.5℃ 온난화'가 생태계와 인류의 건강,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담았다. 특히 2100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할 때와 2℃ 상승할 때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1.5℃로 목표를 설정할 필요성을 기술한다.
특별보고서 요약본은 1.5℃와 2℃의 차이가 '확고하다'(robust)고 표현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 오를 경우 2℃ 오를 때보다 해수면 상승은 10㎝ 낮아진다.
이런 영향으로 1000만 명의 인간이 해수면 상승의 위험에서 벗어난다. 2℃ 상승할 때에는 육지의 동·식물이 서식지를 잃을 확률은 1.5℃ 상승 시의 2배에 이른다.
판마오 자이 의장은 "전 지구적으로 산악지대에 영구 동토층이 많은데 그 밑에 많은 온실가스가 매장돼 있다"며 "기온이 2℃ 오르면 영구 동토층이 녹아 온실가스가 대기에 방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 온난화'에서는 10년에 한 번 빈도로 여름에 북극 얼음이 완전히 녹을 수 있지만, '1.5℃ 온난화'에서는 100년에 한 번 빈도로 완전히 녹을 것으로 분석됐다.
'2℃ 온난화'가 현실화하면 전 세계 산호의 99% 이상이 소멸할 전망이지만, '1.5℃ 온난화'의 경우 70∼90%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가 빈곤 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1.5℃ 온난화'를 위한 에너지 공급, 산업, 건물, 수송 등 여러 분야 시스템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구온난화를 '1.5℃ 이하'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여야 하고, 2050년까지 '순 제로'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
2100년까지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 이산화탄소는 1000억∼1조t이다. 1.5℃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은 2도에 비해 3∼4배인 것으로 예측됐다.
2015∼2050년 에너지 부문 투자 규모 증가분은 연간 9000억 달러다. 이 기간 저탄소 기술과 에너지 효율 분야 투자는 5배 증가하지만 화석 연료 생산·전환 투자는 60% 감소한다.
때문에 전 세계는 기후변화와 관련 지속가능한 발전과 빈곤 퇴치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1.5℃ 온난화'를 이루기 위한 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2016∼2035년 연간 총 투자는 약 2조4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짐 스키 IPCC 워킹그룹(WG)3 의장은 "'1.5℃ 온난화' 목표 달성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제도적인 측면이 마련됐으니 각국 정부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데브라 로버츠 IPCC 워킹그룹(WG)2 의장도 "지구온난화 억제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후 변화로 인간이 입는 피해가 줄어들어 경제 성장 등의 편익이 뒤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보고서는 올해 12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서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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