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이 아니라 기업에서 일할 공인회계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공인회계사 수를 늘리자고 말한다. 공인회계사가 많아질수록 경쟁도 심해지니, 이미 자격을 딴 사람이라면 뜨끔할 얘기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공인회계사 수는 2017년 말 기준 2만명 남짓을 기록했다. 공인회계사 수는 전년 대비 약 4% 증가했고, 2만명을 처음 넘어섰다.
곽수근 교수는 이런 인원만으로는 불어난 회계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아주경제와 만나 "정보기술(IT)이나 인공지능(AI)이 발달해도 회계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며 "회계법인이 아니라 기업에서 일할 공인회계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급변하는 회계감사·감리 환경에 대처할 역량을 키우려면 공인회계사를 더 많이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와 국회는 기업회계 신뢰도를 높이려고 꾸준히 외부감사법을 고쳐왔다. 오는 11월부터는 감사인지정제를 골자로 한 새로운 외부감사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그는 "영국은 비전업회계사(PAIB)도 체계적으로 길러내고 있다"며 "밥그릇을 지키려고 공인회계사 증원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곽수근 교수는 새 외감법을 만능열쇠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소 회계법인이 감사인지정제에 반발하고 있기도 하다. 4대 회계법인이 일감을 독식하는 바람에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감사 결과를 다른 공인회계사를 통해 재확인시키는 '품질관리제도'도 논란에 휘말려 있다. 그는 "대형 상장사가 예상 밖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품질관리제도를 제대로 이행하려면 회계법인 규모를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수근 교수는 한국회계학회 부회장과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문위원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IFRS(국제회계기준)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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