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을 법 제도화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89년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 등 '3법'으로 제도화됐다가 위헌 논란과 IMF 금융위기에 부딪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토지공개념이 이번에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라는 새로운 형태로 등장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거둬 부자든 서민이든 상관없이 국민 모두에게 n분의1로 나눠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토론회’에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경기도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지방세 기본법을 토대로 국토보유세를 만들고 정부가 세율과 용도 시행요구 등을 광역자치단체에 위임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종합부동산세가 과세 대상자 전원의 저항을 유발하는 조세라면, 국토보유세를 거둬 토지 배당을 지급하면 과세대상자의 95%가 이득을 보기 때문에 기본소득 도입에 따른 소수의 조세저항에 대한 강력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소장에 따르면 국토보유세 도입 시 약 15조5000억원을 거둘 수 있고 이를 단순하게 5000만으로 나누면 국민 개개인에게 1인당 연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이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증세에 반발한 이들의 소송이 잇따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세대의 반대로 인해 세대갈등 등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헌법재판소도 벽이다. 앞서 헌재는 토초세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3월 토지공개념 헌법 개정에 나서면서 수면 위로 부상한 토지공개념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권과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잇따라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부동산 학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투기가 판칠 때마다 등장했다가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면 조용히 자취를 감추곤 했다. 40여년 전인 1977년, 당시 신형식 건설부 장관이 “우리같이 땅덩어리가 좁은 나라에서는 토지의 절대적 사유화란 존재하기 어렵고 주택용 토지, 일반 농민의 농경지를 제외한 토지에 대해 공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토지공개념은 모습을 드러냈다.
1970년대 중반 중동건설 특수를 타고 들어온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며 시장이 과열되자, 박정희 정권은 부동산 투기 억제 및 지가안정 등을 골자로 한 8·8 조치를 통해 토지공개념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실질적인 제도 마련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1988년 전국 땅값 상승률이 27%를 기록할 정도로 투기가 기승을 부리자, 노태우 정권은 1989년 서둘러 토지공개념을 제도화했다.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라는 토지공개념 3법을 제정해 1989년 12월 공포됐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토지공개념 3법은 무력화됐다. 1997년 한국 경제위기로 부동산시장이 급랭하면서 택지소유상한제는 폐지됐고, 토지초과 이득세는 1994년 헌법 불합치 판정에 따라 유명무실해진 뒤 1998년 말 조용히 사라졌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종합부동산세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나왔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 정책은 다시 완화정책으로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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