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1년여 공직 생활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간다. 문재인 정부 첫 환경부 장관에 임명되며 지속가능 발전을 모토로 야심차게 출발한 김 장관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김 장관은 시민단체 출신이라는 점에서 취임 초부터 관가에서 관심이 쏠렸다. 어떤 색깔을 낼 수 있을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만연해 있던 환경파괴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모든 눈과 귀가 그의 입에 집중됐다.
더구나 환경부는 김 장관 취임 전에 미세먼지,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 가습기 살균제 문제 등 잇따른 사건‧사고가 발생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온실가스 저감 대책은 기업 논리에 밀려 기획재정부로 부서가 통째로 이관되는 수모도 겪었다.
이런 부침 속에서 사기가 꺾인 환경부 내부에서는 김 장관이 조직을 바로 잡아 위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김 장관의 1년은 공직사회 기대와 달리 시작부터 암울했다. 공직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인사권을 남발한 탓에 내부 분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빌미가 됐다.
공직사회를 ‘적폐’로 인식한 김 장관의 행보는 끊임없이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자신의 방향과 다른 의견이나 행동이 감지되면 능력이나 경력을 막론하고 경질이 이어졌다.
정책 측면에서도 ‘B학점’을 받기에 애매한 성적표다. 문 정부의 환경부는 4대강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규명이 최대 과제였다. 환경부는 4대강을 비롯한 보 개방 등으로 자연을 복원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는데, 김 장관은 자신이 구상한 계획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바통을 후임 장관에 넘기는 처지가 됐다.
미세먼지는 지난해 9월 중장기 대책을 내놓은 이후 수차례 계획이 바뀌었다. 단기대책을 남발하다보니 누더기 대책으로 신뢰성이 바닥에 떨어졌다.
김 장관을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올해 초 촉발된 플라스틱 페트병 수거 논란이었다. 수거업자들과 발 빠른 조율이 아쉬운 대목이다. 원만하게 끝날 문제를 안일한 대응으로 화를 자초했다.
재활용 쓰레기 대책보고를 위한 국무회에 지각해 이낙연 총리한테 질타를 받으면서 사실상 조기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결국 김 장관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꾸준히 교체 대상에 이름을 올리며 1년 3개월의 짧은 장관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김 장관 교체는 국정감사 시즌에 단행됐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적으로 국감 직전에 장관을 교체하면 책임 있는 답변이 어렵다. 정치권 공세도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청와대도 부담스럽다.
이런 부담에도 장관 교체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는 더 이상 김 장관의 리더십으로는 환경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장관의 행보가 국감 때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김 장관도 교체 시점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한 눈치다. 박천규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이 차관으로 승진하면서 공석인 상태가 한달 째 지속된 부분이 이른 방증하는 대목이다. 국감을 코앞에 두고 기조실장 자리를 비워 놓은 것은 인사권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관가 반응이다.
환경부는 10일 국감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장관 교체로 인해 25일로 연기됐다. 청와대는 25일 전까지 청문회를 통과하겠다는 계산이다. 25일 환경부 국감도 제대로 치러질지 미지수인데, 청문회 준비까지 해야 하는 환경부는 그야말로 이중고다.
정부 한 관계자는 “어느 조직이던 인사 문제가 가장 민감한데, 김 장관은 그 부분을 너무 간과한 것 같다. 조직 내부에서 장관 인사에 불만이 가득한데 정책이 제대로 추진 될 수 있나”라며 “환경부만의 색깔을 되찾는게 시급하다. 후임 장관이 얼마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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