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4년여만에 해양플랜트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 수년간 중국, 싱가포르 등 신흥 강자들에게 해양플랜트 일감을 뺏기며 수주 절벽에 시달려 온 국내 조선사들이 이번 수주를 계기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지 주목된다.
10일 해외소식통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석유개발업체 엘로그와 킹스키(King`s quay) 반잠수식원유생산설비(FPS)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휴스턴 엘로그 본사에서 진행된 계약 체결식에는 가삼현 현대중공업그룹 선박해양영업본부 사장, 김숙현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사업대표 부사장, 엘로그 필립 르죈 CEO, 릭 파울러 COO 등이 참석했다.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프로젝트는 미국 멕시코만에서 추진 중인 원유 개발사업을 위해 FPS 1기를 설치하는 공사로 수주 금액은 4억5000만 달러(약 5100억원)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FPS를 일괄도급방식(EPC)으로 제작해 오는 2021년 상반기 발주처에 인도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해양플랜트 사업 중 규모가 큰 공사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일감이 완전 고갈된 현대중공업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성과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프로젝트를 따낸 이후 지금까지 단 한건의 해양플랜트도 수주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는 지난 8월 마지막 프로젝트를 인도한 후 일감이 없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 이 회사 노사관계의 최대 암초인 유휴인력 문제도 근본적으론 해양플랜트 수주난에서 비롯됐다.
다만 이번 수주가 현대중공업의 유휴인력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수주 후 생산설계 등의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실제 도크의 일감이 되기 위해선 1년 이상이 소요된다. 빨라야 내년 8월부터 설비 제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게 현대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도 “실제 도크의 일감이 되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규모가 크지 않아 유휴인력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조선 부문에서도 수주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보호무역주의 등 불투명한 대외여건 속에 선가회복이 늦어지고 있고 원자재가는 오르며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의 이번 수주가 해양플랜트 수주난을 겪고있는 다른 조선사에도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무한 상황이며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6월 이후 단 한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조선 빅3는 현재 해양플랜트 수주에 전력투구 중이다. 대우조선은 현재 미국 셰브론이 발주한 로즈뱅크 프로젝트에서 셈코프마린과 최종 경합을 벌이고 있다. 빠르면 올해 말 쯤 수주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베트남 푸꾸옥페트롤리엄이 발주한 10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블록B 프로젝트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 또 삼성중공업은 인도 에너지기업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가 발주하는 릴라이언스 프로젝트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조선 빅3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플랜트전에도 일제히 참가해 각 사의 기술력을 알리고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면 제 2의 호황기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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