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이 2년 4개월만에 다시 FC서울의 사령탑에 앉는다.
서울은 11일 최용수 감독을 제1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1년까지다. 최 감독은 오는 20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마지막 정규 라운드 원정경기에서부터 지휘봉을 잡는다.
K리그1 32라운드를 마친 현재 서울은 8승 11무 13패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 시즌 서울은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2016년 K리그 챔피언이라기엔 믿기지 않는 무기력한 경기력이 원인이었다.
지난 4월 황선홍 감독의 자진 사퇴라는 충격요법에도 팀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을용 감독대행은 지난 6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원정경기에서 0대1로 패하면서, 9경기 무승이라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2부리그 강등 또한 충분히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서울이 허겁지겁 최용수라는 카드를 꺼내든 까닭이다.
최용수의 역사는 곧 서울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는 1994년 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에서 프로에 데뷔해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2000년 팀 우승 당시 MVP를 수상했다. 2006년 서울에서 은퇴한 최 감독은 2011년 감독대행으로서 처음으로 사령탑을 맡았다.
그에게서 가능성을 확인한 구단은 최 감독을 10대 감독으로 선임했고, 최 감독은 부임 첫해에 K리그를 우승하며 구단과 팬을 만족시켰다. 2013년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5년 FA컵 우승 등 서울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 했다.
최 감독은 2016년 6월 중국 프로축구로 무대를 옮겼다. 장쑤 쑤닝 부임 첫해 리그와 FA컵에서 각각 준우승을 거두었지만, 다음 시즌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야인으로 지내 온 최 감독은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SBS 축구 해설위원으로서 입담을 자랑하기도 했다.
팬들 또한 최 감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팬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용수 감독님, 집에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상황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누구도 탓하지 않으니까 부담감 내려놓으시고 소신대로 밀고 나가시기 바랍니다"라고 응원했다.
그러나 최 감독 선임에도 여전히 구단 차원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 또한 많았다. 한 팬은 "최 감독님이 오던 시절부터 구단의 투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최 감독님이 슬슬 욕을 먹던 시기는 투자와 줄던 시기와 일맥상통 한다. 투자 없이도 어느 정도 성적을 내던 과거를 믿고 또다시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이젠 과감한 투자로 최 감독님을 지원하라"고 지적했다.
다른 팬 또한 "서울 시민의 구단으로 아시아 넘버원을 지향한다는 정체성을 포기하고 하위 구단으로 전락한 작금의 상황이 무엇에서 시작됐는지 분명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직접적 원인은 황 전 감독의 리빌딩 실패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구단의 역사와 정체성을 무시한 운영에 근거한다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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