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 시대에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체인지(근원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밝힌 그룹 경영의 큰 방향이다.
실제 SK그룹은 올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협업을 통한 파트너링 전략 등을 적극 펼치고 있다. 요즘 재계에서 가장 '핫(hot)'한 인물로 최 회장이 꼽히는 이유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들어 8건의 지분투자와 M&A에 총 6조4820억원을 쏟아부었다. 지난 3월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이달 1일 SK네트웍스의 AJ렌터카 인수에 이르기까지 매달 1건 꼴로 투자에 나선 셈이다.
◆반도체·제약·모빌리티 '3대축' 중심 M&A
가장 큰 투자는 단연 도시바 메모리 부문에 대한 4조원 투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한·미·일 연합'을 결성해 20조원에 육박하는 도시바 인수를 확정지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도시바를 우군으로 삼고 반도체 영토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이는 최 회장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 SK㈜는 지난 7월 앰팩을 5100억원에 인수하며 국내 제약사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에서 첫 해외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 업체(CDMO) 인수다. SK㈜는 지난해 유럽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한데 이어 이번 앰팩 인수를 통해 고성장중인 미국 시장에 진출, 글로벌 1위 CDMO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그랩 투자와 AJ렌터카 인수가 있다. SK네트웍스는 카셰어링과 렌터카 사업을 하는 AJ렌터카 인수를 통해 자동차 공유 시장을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동남아서 '글로벌 파트너링' 가속
SK그룹은 올해 베트남, 싱가포르 등지의 기업과 협업을 통해 현지 진출을 꾀하고 있다. 글로벌 파트너링은 신규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기업과 협업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SK의 핵심 글로벌 전략 중 하나다.
SK그룹은 지난달 19일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5%를 약 5300원에 매입한다고 밝혔다. 식음료, 축산, 광물, 금융업 등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마산그룹과 협업을 통해 베트남 국영기업 민영화나 전략적 M&A를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싱가포르에 투자 전문회사를 신설해 동남아 진출 플랫폼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또 3월에는 그랩에 810억원을 투자해 약 1.34%의 지분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SK의 파트너링 전략이 현지에서 해외기업에 대한 거부감을 덜 느끼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밍마 그랩 사장은 "SK와 파트너십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있다. 훌륭한 파트너십을 공고히 이어나가길 희망한다"며 "조만간 SK와 새로운 부문의 파트너십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SK텔레콤과 진행 중인 IoT(사물인터넷), 고정밀 지도 등 빅데이터 관련 사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SK는 반도체, 바이오·제약, 모빌리티, 글로벌 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고성장 부문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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