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골고양이는 국감 첫날인 10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국감장에 등장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데려온 증인이다.
김 의원 측은 퓨마사태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고자 벵골고양이를 어렵게 구해 며칠간 닭가슴살과 참치를 먹이며 준비했다고 했다. 퓨마사태는 지난달 18일 대전의 한 동물원을 탈출한 퓨마 한 마리가 신고 후 4시간여 만에 사살된 사건을 말한다.
김 의원은 “퓨마를 데려오면 스트레스를 줄 것 같아 비슷한 동물을 데리고 나왔다”면서 사람을 해친 적이 없는 퓨마를 사살한 것은 과도한 처사였다고 주장했다.
새끼 벵골고양이는 등장하자마자 화제가 됐다. 종일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국감 현장 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동시에 비난이 쏟아졌다. 퓨마사태를 지적하기 위해 또 다른 동물을 학대하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퓨마를 빠르게 사살한 당국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겠다며 또 다른 살아있는 동물을 철창에 가둬 전시한 행태는 사건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처사이자 동물학대”라고 지적했다. 실제 철제 우리에 갇혀 낯선 환경과 사람들에게 노출된 새끼 벵골고양이는 잔뜩 겁에 질린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은 논란을 의식했는지 다음 날인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감장에 데려온 벵골고양이와 찍은 사진들을 올렸다. ‘밥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글도 남겼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매년 국감 기간이 되면 ‘스타의원’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단번에 여론의 관심을 받고 이름을 알릴 수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다소 억지스러운 내용의 질의를 하거나, 시선을 모으는 이색 증인이나 소품을 가지고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억지에도 정도가 있다. 더구나 동물학대와 같은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선 안 된다. 국감은 새 스타를 발굴하는 ‘오디션’이나 관심 끌기용 ‘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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