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조선일보의 칼끝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대책으로 향하고 있네요.
각 부처와 외청들을 압박해 3만개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내라는 지시가 청와대로부터 떨어졌다는 겁니다.
조선일보가 취재한 팩트는 '기재부가 공기관 인사담당자를 2차례 불러 단기일자리 조사와 체험형 인턴 추가채용계획 제출을 요구했다'는 내용입니다. 단기 일자리 3만개는 이 신문이 추정한 숫자입니다. 이 내용은 다음주에 정부대책으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관계당국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단기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범정부기관을 총동원하는 것은 1998년 IMF관리체제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 썼던 카드라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1면에 이 내용을 비중있게 보도한 뒤, 3면 해설에서 이 신문은 이런 정부의 행태를 '공공기관 대상 일자리 쥐어짜기'로 규정합니다.
# 체험형 인턴 안 늘리면 공기업CEO를 자르겠다?
특히 공공기관 단기일자리 관련 기재부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인턴채용 실적을 반영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체험형 인턴을 안 늘리면 CEO를 자르겠다고 한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합니다. 공기관에 보낸 단기일자리 실적 파악메일에는 'BH(청와대) 요청'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었네요.
신문은 하준경 한양대 교수의 말을 빌려 "정규직 취업 희망이 없는 수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는 청년들에게 경력개발의 기회를 주기도 어렵고, 숫자 채우기로 비칠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환기를 시키고 있으며,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의 입을 통해 " 민간에서 줄어든 일자리를 정부가 채우겠다는 발상 자체가 미봉책"이라고 공격합니다.
# 단기 알바 급조해 일자리 통계 바꾸려 하나
이날 사설 톱은 조선일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실컷 드러내고 있는 듯 합니다. '알바 3만개 급조해 고용참사 눈속임하려는 정부'로, 이 뉴스의 성격을 신랄하게 규정한 조선일보는, 일자리 창출에 세금 54조원을 썼는데, 실제로 나타난 일자리 증가가 지난 8월에 3천명으로 그쳤고 9월엔 마이너스가 될 판이니 단기알바를 급조해 통계를 바꾸려고 한다고 비판합니다. 도저히 정부대책이라고 할 수 없는 용렬한 행태라고 욕을 퍼붓고 있네요.
작년 추경 11조를 투입해 만든 일자리 6만7천개 중에 절반이 60대알바였고, 올 상반기 일자리 5천개 역시 태반이 어르신 알바였다면서, 정부가 '가짜일자리'로 고용을 눈속임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 아니라, 좋은 숫자 만들기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다시 원론의 지적. 일자리는 세금이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드는 것이라면서 이 정부는 정공법을 버리고 세금퍼붓는 잘못된 처방을 계속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입니다. 이 날선 비판에서 정부의 다급한 움직임을 힐난하는 저 포인트보다 중요한 것은, 저 원론을 다시 환기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IMF 속에서 기업경영에 뛰어들어 사업확장을 하려다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직원들의 단결과 투지로 큰 성장을 이뤄내 올해 창사 20년을 맞은 자동차부품 기업 오토의 여성경영자, 김선현회장은 현장에서 익힌 일자리 문법들을 담담하게 말합니다.
# 하느님도 못 늘릴 일자리를 정부가?
그녀의 말을 요약하면, 좀 놀랍습니다.
"하느님이 와도 지금의 상황에서 일자리를 늘리긴 어려울 겁니다."
이걸 인정해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에 있다는 인식을 지녀야, 이 문제를 제대로 소통해야, 좀더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건 결국 기업이며 그들이 의욕과 동기를 가지고 움직여야 만들어지는 것을 정부가 어떻게 '뚝딱' 획기적인 정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거죠.
# 현장에서 체득한 진실과 현실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인력을 늘리기 위한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 경영자는, 오로지 일자리 숫자에만 골몰하는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계속해서 무리수를 낳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지적합니다. 현장에선 이렇게 뚜렷이 보이는 진실이, 정책하는 사람들에겐 왜 그토록 안보이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한번 보면서 생각해보시죠.
이상국 아주경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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