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주러시아 대사관 한국문화원(원장:김일환)에 따르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총감독인 김병기 전북대 교수(63)의 '모스크바 한글 축제- 김병기 서예전'(이하 '한글 서예전')이 현지 문화원에서 10월 9일부터 11월 9일까지 열린다.
지난 9일(현지 시간) 열린 '한글 서예전' 개막식은 572돌 한글날을 기념하고 2018년 추계 러시아 내 한국문화제 주요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개막식에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김병기 교수, 쿠라니나 러시아 국립글자박물관 관장대행, 조 바실리 전러시아고려인협회 회장, 폴코바 러시아 국립외국어대학교 학장 등 러시아 문화예술계, 언론계, 학계, 동포사회 인사 및 문화원 세종학당 재학생과 강사, 한국과 한글에 관심이 많은 러시아 젊은이 등 200여명이 참석해 큰 성황을 이뤘다.
우윤근 대사는 환영사에서 "한글 창제는 소수의 상류층이 한자를 중심으로 자신들만의 문자 생활을 하던 조선의 현실에서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었으며 백성과 나라에 대한 통치자의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며 "한글은 뛰어난 결합력, 발음과 인간의 구강구조에 최적화된 표기 방식, IT시대와의 조합, 아름다운 디자인 등으로 지구촌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역설했다.
우윤근 대사는 문화원 세종학당 재학생 대표와 강사들에게 직접 서예 시연을 통해 완성한 '한글', '훈민정음', '한-러 우정' 등 한글 서체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어 김병기 교수는 즉석 서예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김 교수는 가로 1m, 세로 9m의 대형 한지에 '평화와 번영,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써서 최근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를 묘사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의 삶이 날마다 좋은 날이 되기를 기원했다.
김 교수는 또한 '한·중 서예의 차이점과 서예의 현대적 활용'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한글의 초기 글꼴이 광개토대왕비의 글씨체를 닮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개토왕 비문의 글씨야말로 우리 민족의 고유 미감이 반영된 우리 민족 특유의 글씨"라며 "조선 소나무의 굵직한 가지처럼 뻗어 나간 필획이 매우 질박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화려한 느낌이어서 당시 중국 글씨에 보이는 장식성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광개토대왕비 글씨의 그런 미감이 1000년 후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실 때 그대로 반영되어 한글의 초기 글꼴과 광개토대왕비의 글씨체는 무척 많이 닮았다"고 주장해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는 또 "질박하고 중후한 초기 한글의 글씨를 세모시 한복과 옥양목 버선코처럼 단아한 성스러움의 한글 궁체로 재창조한 것은 바로 궁에 살던 조선의 여인, 궁녀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 임하면서 김 교수는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국가기관인 문화원을 통하여 한국 서예를 세계에 알리는 전시와 특강을 하면서 루마니아, 헝가리, 스페인, 이탈리아, 카자흐스탄 등 각국의 학자와 예술가들을 많이 알게 됐다"며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를 통해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한국 서예의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10일에는 러시아국립외국어대학교에서 특강을 하는 등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오는 13일 귀국길에 오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