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틀어막으면서 2금융권으로 몰리는 자영업자들의 이자(고금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상대적으로 고이자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의 부실 우려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급증
지난 6월 말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대출 포함) 잔액은 147조733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6조318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비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17조186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조2951억원 늘었다. 비은행 기업대출 증가액이 가계대출 증가액의 5배에 이른 것이다.
비은행 기업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은행 기업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말 24.4%에서 지난해 3분기 말 27.5%로 3.1%나 상승했다.
특히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12조2335억원으로 2년 전인 2016년 6월 말(6조8772억원)보다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작년 말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상반기에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연초 대비 17.4% 증가한 수치로, 이 속도라면 연말에는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상호금융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6월 말 기준 5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44조1000억원) 대비 17.0%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4.6% 늘어난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상승세다.
◆고금리에 자영업자 줄도산 우려
문제는 비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의 증가는 자영업자의 연쇄 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비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대출금리가 높다. 취약도가 높다는 뜻이다. 경기가 위축되거나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부실 우려가 급격히 확대될 수 있어서다.
올 상반기까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온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도 이미 연체율이 높아진 상태다. 지난 3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평균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0.245%로 전분기 말 대비 0.045% 포인트 상승했다. 절대 수치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상승세로 전환한 데다 이자도 오르고 있어 취약차주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제동을 걸었고, 은행들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 9월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돈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은 은행이 아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렸고,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2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 폭은 앞으로도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만큼 2금융권의 연체율 증가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 우려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미 예견돼 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월평균 매출은 2016년 하반기 3870만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상반기 3787만원, 하반기에는 3438만원까지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3372만원으로 더 줄었다. 이익은 축소되는데 비용이 증가하면서 대출을 늘렸고,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영적자와 폐업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빚을 늘렸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조만간 2금융권에 대한 개인사업자 대출 규제에 나서는 만큼 증가세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최저임금과 금리인상이 맞물리면서 고금리 이자를 내야만 하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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