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유럽통합을 이끈 프랑스의 성원과 지지가 함께한다면 한반도는 평화를 이루고 동북아시아의 통합과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후 대통령궁에서 가진 국빈 만찬에서 만찬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국빈만찬 만찬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마크롱 대통령 내외분,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 부부와 대표단을 따뜻하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각계각층 인사들과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마크롱 대통령님과는 두 번째 만납니다. 우리는 같은 시기에, 닮은 모습으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지향하는 가치도 비슷합니다.
대통령님 말씀처럼 닮은 점이 많아 '쌍둥이' 같기도 합니다. 연장자인 제가 득을 많이 보는 듯합니다.
오늘 마크롱 대통령님과 나는 깊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양국관계는 물론 포용적 사회정책과 성장전략,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까지 다양하게 이어졌습니다.
특히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빈곤퇴치와 의료정책에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어린이에 대한 교육과 복지를 강화하고, 세대로 이어지는 불평등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대통령님의 의지는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낡은 이념의 틀을 깨고, 오직 국민을 위해 전진(En Marche)하는 대통령님의 지도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프랑스와 대한민국은 오랜 친구이자 동지입니다.
20세기 초, 나라를 잃은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곳이 여기 파리였습니다. 또한 중국의 프랑스 조계지에서 시작된 상해임시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뿌리입니다.
한국전에서는 3000명이 넘는 프랑스의 젊은이들이 함께 피 흘리며 자유와 생명을 지켰습니다. 자유와 평등, 박애의 정신을 실천으로 보여준 프랑스 정부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 국민들은 프랑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지금도 많은 한국인들이 프랑스를 좋아합니다. 프랑스의 문화와 예술, 지성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몽테스키외를 읽으며 진정한 법의 의미를 되새기고,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이끈 시민의 힘을 생생하게 실감합니다.
무엇보다 나는 프랑스의 위대함을 포용과 화합에서 느낍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외무장관 로베르 슈망은 적대국 독일과 함께하는 '경제공동체'를 제안했습니다. 분열된 유럽을 통합하기 위해 프랑스는 대담한 상상력을 발휘했습니다. 이듬 해 유럽 6개국이 참여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탄생하며 상상력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68년이 지난 지금 유럽은 하나의 공동체로 평화와 번영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지난 1년 한반도 또한 프랑스와 같은 포용과 화합의 정신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남과 북은 군사적 대결을 끝내고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도 두 번째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지난 8월 동북아시아 6개국에 미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했습니다. 동북아시아에서도 철도공동체가 성공해 경제협력과 다자안보협력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유럽통합을 이끈 프랑스의 성원과 지지가 함께한다면 한반도는 평화를 이루고 동북아시아의 통합과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 국민들께서 평화를 향한 한반도의 노력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되새기며 프랑스와 한국의 영원한 우정, 양국이 함께 만들어 갈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위하여 건배를 제의합니다.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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