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쓰백' 한지민 "흡연·욕설, 연기 변신보다 '메시지'에 관심 가져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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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10-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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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쓰백' 백상아 역을 맡은 배우 한지민[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이다. 영화 ‘미쓰백’(감독 이지원) 속 배우 한지민(36)의 모습은 이제까지 대중이 알아온 얼굴과 확연한 차이를 가진다. 극 중 세상과 등진 상아 역을 맡은 한지민은 거친 피부 표현부터 탈색 머리, 짙은 립스틱이며 입에 문 담배 등을 통해 청순가련하고 건강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그러나 그의 변신은 조금도 억지스럽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법 없이 자연스레 관객에게 스며든다. 오히려 한층 성숙해진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한지민을 지워버리기까지 한다.

“변신을 위한 변신”이 아닌 “진정한 캐릭터를 입는 방법”을 깨닫게 된 배우 한지민. 아주경제는 영화 ‘미쓰백’으로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된 그를 만나 영화 및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한지민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미쓰백' 백상아 역을 맡은 배우 한지민[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영화 ‘미쓰백’ 출연 이유는 무엇인가?
- 새벽 감성 때문이었다. 하하하. 새벽 4시에 시나리오를 보는데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같더라. 이성적이기 쉽지 않은 시간이기도 했지만, 감독님의 섬세한 필체에 마음이 흔들렸다. 감정선이 정교해서 대본 같지 않더라. 눈앞에 (영화와 캐릭터의) 그림이 그려졌고 캐릭터 감정이 깊이 다가왔다. 지은이와 상아라는 인물을 보듬어주고 싶더라. 일어나자마자 감독님께 전화를 걸어 “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시나리오보다 어딘가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한 느낌이었다.

‘미쓰백’과 상아는 기존 한지민과는 첨예하게 다른 이미지다. 공개 전까지 우려와 기대가 있었을 것 같은데
- 배우는 연기를 하는 게 일이지 않나. ‘이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백상아를 연기한 것은 아니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느끼고 있었다. 이를 해소해줄 건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는 것밖엔 없더라. 더군다나 ‘미쓰백’ 상아의 경우 나의 이미지 때문에 몰입이 깬다면 이 영화는 실패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도 들었다. 영화가 시작된 뒤 상아가 보이고 이질감 없이 느껴지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다.

올해 공개된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나 영화 ‘미쓰백’까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연기였다
- ‘아는 와이프’의 경우는 주변 분들이 ‘참 신나게 연기하더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애드리브가 많았는데 웃을 때나 순간순간 보이는 모습이 한지민스러워서 그렇다고 하더라. 이렇게 한 작품에서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좋은 기회다. 그건 ‘미쓰백’도 마찬가지다. ‘미쓰백’은 상아를 따듯하게 안아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그를 공감하고 싶었다. 제가 체험해보지 못했던 삶이지만 같은 마음을 느끼길 바랐다. 감정적으로 힘들었으나 행복한 작업이었다.

백상아의 연기적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 중요한 건 상아가 등장했을 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살고 있는가’가 설득력 있게 다가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감정선이 제일 중요했고 상아의 과거사와 전과자로 낙인찍혔을 때 모습 등을 토대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다음이었다.

상아의 외적인 모습도 인상 깊었는데
- 제가 생각한 상아의 모습은 날 선 듯한 모습인데 애써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검은 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을 상상했는데 제가 가진 얼굴의 특성상 꾸미지 않으니 상아의 반항심이 느껴지지 않더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외형적으로 상아를 바꾸어나갔다. 감독님과 많이 부딪친 부분이었는데 저는 사는 게 바쁜 상아가 염색이며 화려한 장신구를 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는데 감독님은 세상과 홀로 싸우는 상아가 ‘세 보여야겠다’고 생각, 일부러 외형을 가꾸면서 방어벽을 만드는 거라고 했다. 결국 감독님의 말을 따르기로 했고 맥주에 감은 것 같은 노란 탈색 머리와 호피 패턴의 옷, 가죽 재킷 등등 상아의 외형을 만들어갔다.

영화 '미쓰백'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촬영 전 배우 이전 인간 한지민으로서 ‘미쓰백’에 관한 생각이 궁금하다
- 아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이 든다. 영화 속 부모가 아닌 어른들에게도 책임이 큰일이다. 비단 지은의 부모인 주미경(권소현 분), 김일곤(백수장 분)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 학대를 묵인한 옆집 아주머니, 아이를 돌려보낸 파출소, 학대 흔적을 모른 체한 기관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

흡연·욕설 연기는 어땠나?
- 영화가 시작되면 상아의 시그니처 포즈인 쪼그려 앉아 담배를 태우는 뒷모습이 보인다. 저는 상아의 행동을 보고 ‘이 친구가 담배를 왜 태웠을까?’부터 캐릭터에 접근해나갔다. 그녀만의 성격을 드러내는 행동이기 때문에 저의 이미지로 인해 이질감을 느끼게 하기 싫었다.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 자연스럽다는 건 칭찬이겠죠? 하하하. 시사회 다음날도 일찍 깨서 리뷰를 찾아보곤 했다. 자연스럽다는 평이 많다고 해서 마음이 놓이는데 한편으로는 ‘저 연기 변신했어요. 욕설 연기가 자연스럽나요?’가 포인트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만 강조되는 건 피하고 싶다. 저는 이러한 이야기가 영화라는 장르를 통해 이슈가 되고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저를 비롯해 제작진들도 영화를 소중히 만들었고 온전히 이야기에 빠지길 바랐다. 한지민이 연기 변화를 시도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으나 그보다는 ‘미쓰백’의 이야기에 더 관심 가져주시길 바란다.

그 바람은 ‘미쓰백’만을 위한 걸까?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한지민이 이 작품을 했네’보다는 영화 이야기가 더 많이 흘러나오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는 배우다 보니 영화를 볼 때 스토리에 빠지기보다 배우의 연기를 보게 된다. 그런데 어떤 작품은 아무것도 신경 안 쓰이고 정말 이야기만 보게 되더라. ‘이게 저 배우가 가진 힘이구나’ 느껴지더라.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 '미쓰백' 백상아 역을 맡은 배우 한지민[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 변신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
- 드라마 ‘올인’을 통해 우연히 배우로 데뷔하게 됐다. 연기 열정보다는 두려움과 겁이 더 많이 났다. 연기하고 싶어하는 분들께는 경솔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일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러다 처음으로 영화 작업(영화 ‘청연’으로 스크린 데뷔)을 하면서 디렉션이라는 걸 받아보고 감정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기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하고 깨닫게 됐다.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꾸준히 작품을 찍으면서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고 배움도 얻었다. 그러다 문득 저를 돌아보니 비슷한 신에서 똑같은 연기만 보여주는 거다. 열심히 해야지 생각만 했지 다른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고민하던 찰나 ‘조선명탐정’을 만났고 캐릭터를 연구하고 색을 잘 입으면 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저라는 배우가 완전히 바뀌게 된 건 ‘밀정’ 이후다.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되었고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용기 낼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도전까지도 아니고 새롭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불과 2~3년 만이다. 도전에 있어서 이전처럼 망설이지 않게 됐다.

김지은 역을 맡은 아역배우 김시아가 인상 깊더라
- 지은이가 저보다 먼저 캐스팅됐다.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께 “이 캐릭터는 누가 하나요?”라고 물으니 (감독님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시더라. 아이인데 눈에 수만 가지 감정이 담겨있었다. 어른처럼 묵직했다. 연기할 때도 너무 어른스러워서 걱정할 정도였다. 우리는 시아가 정신적으로 다칠까 봐 고민했고 매 신마다 상담을 받으면서 촬영했다. 선생님 말씀이 “시아와 지은이를 분리하라”고 하더라. 예전에는 극 중 인물로 아이를 부르곤 했는데 이번 작품은 철저히 지은이와 시아를 분리했다. 시아 덕에 상아로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시아가 연기하는 지은이를 보면서 감정이 더욱 풍부해진 것 같다.

영화 ‘미쓰백’으로 배우 한지민에게 찾아온 변화가 있다면?
- ‘밀정’은 인간관계의 변화를 주었고, ‘미쓰백’은 주연 배우로서 가져야 할 자립심이 생겼다. 예전에는 선배님들 뒤에 숨거나 기댈 만한 동료들이 있었는데 ‘미쓰백’은 온전히 제가 맨 앞에 서서 지켜줘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자립심이라고 해도 될까 모르겠지만 홀로 설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상아를 만나며 세상을 보는 눈도 바뀌었고 시야도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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