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급락할 때는 엔화를 사라"
블룸버그는 16일 엔화가 스위스프랑화를 제치고, 증시 급락기 최고의 안전자산 통화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엔화와 스위스프랑화는 시장이 불안할 때 수요가 몰리는 외환시장의 양대 안전자산 통화로 꼽혀왔다.
씨티그룹 분석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스위스프랑화가 엔화보다 더 나은 안전자산 통화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이 2% 이상 떨어질 때 엔화가 스위스프랑화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주 미국 장기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뉴욕증시가 급락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날까지 5거래일 동안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3% 이상 올랐지만, 달러 대비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0.5% 뛰는 데 그쳤다.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올해 말까지 시장 변동성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탓에 위험회피현상이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 보유할 두드러진 안전자산 통화가 하나 있다면 바로 엔화라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을 자극하는 악재가 유럽에서 불거질 때도 수익률은 엔화가 스위스프랑화를 압도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시아가 시장 혼란의 진원지로 부상할 때는 두 통화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기 이후 엔화가 스위스프랑화보다 나은 안전자산으로 부상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씨티그룹은 매도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되사는 숏커버링 물량이 엔화가 더 많고, 스위스 은행 규제에 변화가 일어난 데다 스위스프랑화 대비 엔화 가치가 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스위스보다 많은 해외 자산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엔화의 안전자산 가치를 끌어올렸다.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강도도 영향을 미쳤다. 씨티그룹은 일본은행(BOJ)이 금융위기 이후 외환시장에 개입한 건 8일에 불과하지만,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환율방어를 위해 수시로 시장에 개입해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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