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영화 '신과 함께'는 정말이었을까?"..고판화박물관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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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10-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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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9회 원주 세계 고판화문화제 10월19일~20일

  • -특별전시 10월19일~2019년 1월20일까지

  • -한선학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장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


사람이 죽은 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받는 내용을 담은 영화 '신과 함께'를 원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특히 사자(死者)를 심판하는 염라대왕과 변호하는 지장보살 그리고 극락으로 인도하는 아미타불의 내용은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생사관이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이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16일 원주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제9회 원주 세계 고판화문화제(이하 '고판화문화제') 특별전으로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를 10월 19일부터 2019년 1월 20일까지 연다고 전했다.

세계 유일의 고판화 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한 '고판화문화제'는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고판화박물관 일원에서 열린다.

'고판화문화제'는 유형과 무형 문화재를 결합한 융복합 문화 축제로 중국 베이징대, 교토 리치메키칸대 등 외국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판화 잡지인 일본의 판화예술 2018 봄호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번 '고판화문화제'는 특별전을 비롯해 국제학술대회, 국제전통판화시연회, 6회 전통판화 공모전과 처음으로 인출경연대회까지 열린다.

또한 '고판화문화제'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문화재청 생생문화사업에 선정되어 8년째 연속 선정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특별전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티벳 등에서 제작된 목판과 동판을 비롯하여 목판본 삽화와 대형 불화 판화를 중심으로 100여 점을 선보인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이날 서울 인사동 모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과 함께'가 영화로 유명해졌지만 원래는 만화로 시작된 것이다. 만화 또한 판화에 의해 만들어졌다" 며 "특별전을 통해 동아시아 신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 관장의 이어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는 천도재가 불교에 국한된 의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인도에서 시작한 육도윤회(六道輪廻) 사상은 불교와 도교를 거쳐 동양 사람들의 생사관에 하나의 큰 영향을 줬다" 며 "천주교에서는 원래 49재가 없는 데도 49재를 한다. 동양적인 사상이 그렇게 발전돼 나간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전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판화로 보는 지옥의 세계, 2부 판화로 보는 극락의 세계, 3부 판화로 보는 극락가는 길 등이다.

[고판화박물관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에 출품된 육도윤회 사상을 담은 '생사윤회도' 중 티베트의 오취도]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모든 생명체는 선악의 업인(業因)에 따라 극락,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의 여섯 세계를 윤회한다고 여기는 육도윤회 사상이다.

이 사상을 반영한 것이 티베트에서 수집한 '생사윤회도'이다. 이 작품은 육도 중에 아수라를 빼고 다섯 오취도(五趣圖)로 표현했다.
세계적인 불경을 인쇄하는 티베트 덕격 인경원 작품으로 윤회의 길을 도표와 같이 안내하고 있다.
일본의 명치시대 '오취도'와 네팔 티베트 사원의 '오취도 목판'도 함께 전시됐다. 전시는 육도윤회에서 대표적인 지옥과 극락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1부 판화로 보는 지옥의 세계

'시왕경-염라대왕'은 해인사에 있는 목판 인쇄본으로 목판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지만 조선시대에 찍어낸 것이다. 작품에서 염라대왕이 죄를 비추어 보는 거울인 업경대를 앞에 두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고, 오른쪽 위에는 지장보살이 보인다. 지장보살은 죄를 가볍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흥복사 불설 대목련경'에는 지옥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중국의 목련경과는 다르게 지옥의 사자들이 야수처럼 표현돼있어 한국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건봉사 대목련경'에는 지옥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만나는 목련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목련에 관한 이야기는 '목련존자'라는 영화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부처의 제자 중에서 가장 신통력이 강한 목련이 어머니를 찾아 지옥을 헤매는 내용이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이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 출품작인 '보현사 지장보살도'를 설명하고 있다.]


묘향산 '보현사 지장보살도'는 보기 드문 조선시대 대형 판화로 박물관에서는 7점의 지장보살이 새겨져 있는 판화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작품은 흔히 보는 양각이 아니라 음각으로 돼 있고, 지금도 북한의 보현사에 판이 존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19세기 말 중국 청나라 후기의 '지장보살삼존불'은 김교각 지장보살을 상징하는 오불관을 쓰고 있다.
신라 왕자 출신 김교각 스님은 중국에 건너가 구도 생활을 하다 구화산에 화성사를 짓고 불법을 설교했다. 그는 입적 후 시신이 썩지 않은 등신불이 되면서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여겨졌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보살을 말한다.

[고판화박물관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에 출품된 육도윤회 사상을 담은 '생사윤회도' 중 티베트의 오취도]


'티베트 김교각 지장보살 상'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최초로 발굴한 것으로, 김교각 지장보살 신앙이 티베트까지 전파되었음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일본에서도 지장보살에 관한 판화가 많이 발견됐다.

일본 에도시대의 '감득전 -염라대왕'에는 염라대왕이 지장보살한테 심판한 것에 관해 묻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작품은 흑백으로 찍은 판화에 정교한 채색을 입힌 것이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이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 출품작인 '왕생요집-등활지옥'을 설명하고 있다.]


18세기 일본의 '왕생요집-등활지옥'은 마치 현대의 만화처럼 화려한 색감으로 지옥이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이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 출품작인 '대경오악도회 상중하권 동판화'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 명치27년(1894) '대경오악도회 상중하권 동판화'는 거의 60장 가까운 세트로 이번에 최초로 발굴됐다.
네 페이지가 한 장의 동판화에 들어가 이는 것으로 목판화 이후 동판화로 발전하면서 대량으로 판화를 찍어낸 것을 알 수 있다.

[고판화박물관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에 출품된 '대경오악도 목판불화']


일본 에도시대 '대경오악도 목판불화'는 책에 흩어져 있는 삽화를 다 모아서 하나의 도표같이 해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판화로 만든 것이다.

▶2부 판화로보는 극락의 세계

강원 유형문화재 152호 덕주사판 '불설아미타경'(1572)은 위쪽에는 그림이 있고 아래쪽에는 글이 있는 그림책의 원조이다. 이 작품에서 극락은 7층 누각이 있고 가로수가 잘 정비된 곳으로 표현됐다.

[고판화박물관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에 출품된 덕주사판 '불설아미타경']


'실상사 16관경'(1611)에서는 중국 불화의 느낌으로 극락이 사실적으로 표현됐고, '내원암 관무량수경'(1853년)에서는 한국화가 많이 된 극락이 묘사됐다.

일본 에도시대 '왕생요집'에서의 극락은 아침, 저녁으로 선녀가 꽃을 뿌리는 곳으로 표현됐다.


▶3부 판화로 보는 극락가는 길

강원유형문화재 152호 '덕주사판 아미타경-아미타래영도'(1572)는 아미타부처가 많은 보살을 이끌고 와서 임종한 사람을 극락으로 이끄는 장면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다. 작품 오른쪽 위에 지붕이 기와로 된 집이 보이는데 그곳이 극락이다.

불교에서는 수행자가 염불을 통해서 아미타부처와 연결되고, 이로 인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일본 에도시대 금니채색판화인 '호지염불행자도'에서는 염불에 의지해 중생이 극락으로 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고판화박물관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에 출품된 '불설아미타경-반야용선도']


강원 유형문화재 153호 용천사판 '불설아미타경-반야용선도'(1577)는 아미타부처가 반야용선에 사람들을 태워서 극락으로 가는 것이 묘사된 유일한 책이다,
절에서 49재를 지낼 때 종이배가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반야용선이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이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전시 출품작인 '천도재 관련 목판'을 설명하고 있다]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는 의식인 천도재에 관한 유물도 전시됐다.
천도재 관련 목판 세트 20장에는 다양한 불교와 도교의 신들이 등장해 동양 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천도재 의식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한선학 관장은 "동양 신들은 그리스로마신화처럼 체계화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며 "동양문화의 시대라고 말만 하지 말고 동양문화에 대해서 이해가 되기 쉽게 해줘야 한다. 그러한 역할 때문에 판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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