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화되는 미·중 무역전쟁이 자칫 대규모 글로벌 실직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또 글로벌 경기 역시 대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무역전쟁의 파국적 결과를 막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아제베두 총장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비즈니스 청중들을 대상으로 "공격과 보복에 끝이 보이질 않는다"며 "긴장이 계속해서 고조된다면 실질적인 리스크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제베두 총장이 현재 세계 경제 1·2위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에 대해 정면 질타한 것이다.
이에 대해 WTO 이코노미스트들 역시 국제무역에서 협력이 완전히 붕괴될 경우, 급격한 관세 인상에 따라 세계무역 성장의 17%, 세계경제 성장의 1.9%가 하락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어 아제베두 총장은 "이런 영향을 받아 △노동자 △기업 △지역사회 등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노동자 수백만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며, 기업은 새로운 상품, 지역사회는 성장의 새로운 원천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글로벌 무역체계가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정치적 해법이 필요할 때"라고 답했다.
아제베두 총장은 또 "다음달 아르헨티나에서 열리게 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이 해법을 찾아내는 데 노력해달라"면서 "특히 긴장완화를 위한 조치, 통상협력에 대한 재결의가 없다면 우리는 다자무역 체계에 심각한 해악을 볼 수 있고 장기적으로 경제적 대가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2013년 신임 WTO 사무총장으로 당선된 브라질 외교관 출신이다. 1984년 외교관 생활을 시작으로 통상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았고, 1995년 WTO 출범 이후 WTO와의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극한 대립을 피해가는 노련한 협상가로 정통이 나 있는 만큼, 이번 미·중 간 무역전쟁 역시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글로벌 사회와 미·중 간의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추가적인 관세 부과 가능성도 내비쳤다. 중국 역시 11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며 대응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공격적으로 미국 기술을 훔칠 뿐 아니라, 중국 현지에 진출한 미국 기업에 협력을 강요하며 기술을 빼돌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G20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동할 가능성이 높아져, 미·중 무역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지 기대감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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