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개봉한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도 마찬가지다. “느리더라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김윤석은 암수살인을 쫓는 유일한 형사 형민을 전작의 형사들과 또 다르게 풀어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형사 형민을 단단하게 그려낸 김윤석. 아주경제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그와 만나 영화 ‘암수살인’과 연기 철학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김윤석의 일문일답이다
벌써 4번째 형사 역이다
실화 소재, 실제 형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직접 만나기도 했나?
- 실제로 뵌 적은 없다. 감독님과 주로 만나서 (시나리오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고 들었다.
역할에 대한 책임감도 느꼈을 것 같다
- 있었다.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놓치는 것 없이 잘 표현해야겠다는 마음도 있겠지만 저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게 아니니까. 시나리오에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지켜내려고 했다.
김형민은 우직하고 묵직한 캐릭터라고 본다. 배우 본인과 닮은 점을 찾는다면?
- 김형민은 형사가 아니더라도 곁에 있으면 좋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살기 좋고 재밌어질 것 같다. 소신을 지키고, 예의를 지키고, 허언하지 않고, 잘난 체도 안 하고, 과잉된 에너지로 상대를 몰아붙이지도 않고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가는 것.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파트너 진선규와의 호흡도 인상 깊었다
- (진)선규 씨가 맡은 형사 역할도 실제 모델이 있다. 우리는 베트맨과 로빈 같은 관계라고 할까? 선규 씨가 성실한 만큼 받쳐주는 역할을 잘해준 것 같다. 선규 씨는 고향이 경상도 진해라서 부산 사투리와 살짝 달랐는데 묘하게 정감 가는 톤을 만들어서 좋았다.
주지훈과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야 했는데
- 제가 주로 키 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185cm 안팎으로 왔다 갔다 하는 친구들. 예컨대 하정우, 강동원 같은 사람이다. 제가 그 친구들이랑 잘 지내는데, 키 큰 사람이랑 잘 맞는 것 같다. 하하하. 더군다나 (주)지훈이는 (하)정우와도 잘 지내서 제 얘기를 많이 들었을 거다. 마음을 열고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제가 지훈이를 높이 평가하는 건 완전히 다 열고 만나서 강태오에게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그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지지했다.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하다 보니 관객들이 즐겨보던 범죄·스릴러 장르와 멀어진 부분도 있다. 임팩트가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었는데
- 임팩트는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에너지틱했다고 본다.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없지 않았나. 이 영화가 개봉한 뒤에 달라질 거라고 본다. ‘이렇게 만들어도 되겠구나!’라는 식으로. 믿음을 줄 거라고 본다. 관객이 주로 보시는 게 함흥냉면이라면 우리는 평양냉면이다. 평양냉면을 먹으면서 함흥냉면 맛이 안 난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심장 떨리게 볼 수 있지 않겠나. 액션은 소비되나 우리는 꾹꾹 채워지니까. 끝나고 나서도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커피 같은 짙은 향이 난다고 한 것이 서서히 빠져나가 것 같다.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암수살인’으로 관객들이 얻어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 우리나라 형사물에서 고도의 심리전, 두뇌싸움으로 정면 승부를 거는 건 못 본 것 같다. 이런 영화도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마치 책 한 권을 본 것 같은 느낌도 들 것 같고. 앞으로 영화 공부를 할 친구나 시나리오를 전공하는 이들도 보았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방식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암수살인’이 김윤석의 필모에 어떻게 남을 것으로 보나?
- 어떻게 남을지는 모르겠으나 바람은 있다. 흥행과 호평은 모든 감독의 목표겠고 제가 듣고 싶은 건 ‘재미있다’, ‘볼만하다’는 거다. 그런 영화가 오래 기억에 남기 마련이니까. ‘역시, 믿고 보는 김윤석’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제가 고른 작품이니 믿고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