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달 말부터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이 소득의 70% 이상이면 규제를 강화키로 하면서 '대출 한파'가 예상된다. 특히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에게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출 규제가 돈 없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만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오는 31일부터 대출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이 70%를 초과하는 경우 '위험 대출'로 분류해 대출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활용하던 DSR이 공식적인 관리지표로 변했기 때문이다.
DSR이란 대출한도를 측정할 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소득 이상의 대출을 막아 가계부채를 관리하고 금융사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앞으로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등 신규 대출을 취급할 때 DSR이 70%를 넘는 고(高) DSR 대출 금액을 대출액의 15%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지방은행은 30%, 특수은행도 25% 이내로만 취급할 수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 전체 대출 가운데 고 DSR 대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시중은행은 19.6%, 지방은행은 40.1%, 특수은행은 35.9%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은 4.6% 포인트, 지방·특수은행은 10% 포인트 이상 고 DSR 대출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
아울러 2021년까지 시중은행은 평균 DSR을 40%, 지방·특수은행은 80%로 낮춰야 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평균 DSR을 살펴보면 시중은행이 52%, 지방은행이 123%, 특수은행은 128%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역시 시중은행은 평균 DSR을 12% 포인트,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은 40% 포인트 이상 대폭 낮춰야 한다. 종합적으로 고 DSR 대출에 대한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우선 현행 기준에 따르면 대출자의 소득이 없거나 증빙하지 못한 대출(소득미징구대출)은 DSR이 300%로 가정돼 평균 DSR에 반영된다. 이는 평균 DSR을 낮춰야 하는 은행권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결국 현재 5%가량으로 집계되는 소득미징구대출은 서서히 대출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소득이 없거나 증빙하기 어려운 청년층이나 은퇴자 등은 사실상 대출이 불가능하다.
직장인 등 소득증빙이 상대적으로 쉬운 경우에도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가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 심사가 깐깐해질 경우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가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탓이다.
또 은행들도 DSR 70% 이상의 고위험 대출 한도를 여러 저소득자에게 나눠주는 것보다 한 번에 많은 돈을 빌려가는 소수의 고소득자에게 몰아주는 편이 좋다. 심사도 적어지고 향후 관리도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DSR 규제를 통해 전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둔화할 수 있을 것 같으나 규제 효과는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에게 집중될 것"이라며 "저소득층 서민이 더 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도 "여신심사위원회에서 고 DSR 대출을 특별히 깐깐하게 심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소득이 없거나 낮은 대출자가 고 DSR 대출을 신청한다면 특히 정밀하게 심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DSR이 도입된 만큼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는 면이 있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며 "다만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은 DSR을 산정하지 않는 등 서민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최대한 신경썼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