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실상 방북 수락으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여정에 일대 획을 그을 전기가 마련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8일 교황청을 예방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으로부터 공식 방북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평화의 사도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양을 방문할 경우, 역대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게 된다.
세계의 이목이 일제히 한반도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냉전지대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북한 땅을 찾아 평화를 기원하고 화해를 중재하는 사도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파급 효과가 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콜롬비아 평화협정 타결 등에 막후 역할을 하면서 적대국 또는 갈등 관계에 있는 세력 간 관계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때문에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촉진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한반도 평화 여정의 고비마다 화해와 평화를 축복하고 지지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며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교황은 북한을 방문해서도 같은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1차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지속적으로 밝혀온 비핵화 의지와 함께 경제개발·개혁·개방 정책은 교황의 방북으로 사실상 ‘공증’을 받게 되는 효과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이 고립국가에서 정상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북한과 세기의 비핵화 담판을 하는 미국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압박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프레임을 자신 쪽으로 유리하게 이끌어 가려는 미국에 ‘평화’라는 교황의 강력한 메시지는 ‘돌이킬 수 없는’ 평화체제 구축 여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압박이 될 것이다.
실제 교황의 방북 의사가 발표되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19일(현지시간) 미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연내 남·북·미 간 종전선언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동안 이뤄진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를 근거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도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토대로 평화협정까지 체결해 한반도 운명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교황의 방북은 이를 실현시킬 절호의 기회이자 히든카드인 셈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북한과 교황청 간 가교 역할을 하고, 김 위원장도 교황청에 정식 초청장을 보내는 등의 공식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황은 방북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내년 봄 일본 방문을 계기로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교황의 방북시기가 연동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남북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에 교황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 됐다. ‘두려워 말고 나아가라’는 교황의 결기에 찬 메시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큰 획을 그을 발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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