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를 공식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아시아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제협력이 이뤄져야만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진국이나 국제기구들의 포용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덴마크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코펜하겐의 대니쉬 라디호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1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회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많은 아시아 국가는 제조업 중심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며 환경생태 보호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과 같이 제조업 중심의 성장을 거치지 않은 나라들은 처음부터 경제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는 성장 모델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인류의 공동 번영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기조연설 전문이다.
라스무센 총리님,
행복한 나라 덴마크에서 여러분을 뵙게 되어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우리 목표의 중대성을 깜박 잊어버릴 것 같습니다.
오늘 제1회 P4G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회의를 준비해 주신 우리 라스무센 총리와 코펜하겐 시민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덴마크는 많은 분야에서 앞서가는 나라이지만 특히 기후환경 위기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서 대응해왔습니다.
1970년대부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정책을 모색했고, 2050년 이후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국가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덴마크의 의지가 오늘 P4G로 이어졌습니다.
덴마크는 대한민국이 위기에 놓여 있을 때도 어려움에 동참했고, 행복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덴마크 병원선 유틀란디아호는 한국전쟁 당시 999일 동안 한국에 정박하며 5천여 명의 군인과 6천여 명의 민간인을 치료했습니다.
휴전이 된 뒤에도 의약품 지원, 의료봉사와 의료기술연수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료해 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은 덴마크와 세계의 지원으로 전쟁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오늘, 지구촌 위기 대응에 세계와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교도 맺지 않은 먼 나라, 얼굴도 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희생한 인류애가 기적 같은 일을 만들어냈습니다.
나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힘 또한 인류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도왔듯, 대한민국도 인류애를 가지고 세계를 돕기 위해 항상 함께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인류애는 차별 없이 포용하는 마음입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대한민국 정부는 누구보다 더 포용의 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 삶을 전 생애에 걸쳐 책임지고, 경제성장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국가, 포용성장이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입니다.
나는 오늘 국가 간에도 포용정신을 중심에 놓자고 제안하며,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환경변화 대응을 위한 세 가지를 포용정신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국경과 분야를 넘는 포용입니다.
지난 6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 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기후 전문가들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온도 상승이 1.5도에 그치면 2도 올랐을 때보다 1천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예견합니다.
이에 앞서 파리기후협정은 빈곤퇴치와 불평등 감소를 통해 지구온난화 1.5℃ 적응을 이룰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개발도상국가와 취약지역 등 국제적 지원과 협력으로 기후변화에 모든 나라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정 국가나 공공 부문의 노력만으로 기후변화 같은 지구 전체의 의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각 대륙의 다양한 회원국과 시민사회, 산업계가 참여한 P4G 파트너십 프로젝트의 역할이 기대됩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실천적 비전이 있어서야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7월 한국은 P4G 민간 협력 촉진을 위한 플랫폼을 출범시켰습니다.
관계 부처와 기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물, 에너지, 순환경제, 도시, 농업 등 P4G의 5대 주요 분야의 실현을 위해 협력할 것입니다.
민관 협력 프로젝트들은 단순히 환경적 성과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 불평등 해소, 녹색기술의 확산 같은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둘째, 아시아의 포용입니다.
기원전 2000년부터 아시아 국가들은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성공적인 국가운영의 첫 번째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산과 물을 다스린다’는 뜻이지만, 그 정신은 ‘자연을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나무를 가꿔 산사태를 방지했으며 물을 가두기보다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여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줄이고자 했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고대인의 지혜입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중심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며 환경생태 보호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만 해도 인구는 27억을 넘어서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되었습니다.
나는 아시아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제협력이 이뤄져야만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 발전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이나 국제기구들의 포용적인 도움이 절실합니다.
특히 북한과 같이 제조업 중심의 성장을 거치지 않은 나라들은 처음부터 경제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는 성장 모델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으면서 인류의 공동 번영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길 기대합니다.
셋째, 성공사례의 공유와 포용입니다.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중견국가로 성장하는 동안 환경정책에서도 성공을 거둔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후 폐허가 된 땅을 울창한 숲으로 가꾼 녹화사업부터 지난 10년간 녹색성장정책을 통해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강도를 줄이는 성과까지 다양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현재도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에너지 슈퍼 그리드 구상도 관련국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경험들을 기꺼이 다른 나라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경험을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을 통해 개도국과 나누고 지원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더 많은 국가의 사례가 세계인들을 위해서 공유되고 포용된다면 인류는 더욱 위대하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라스무센 총리님,
내외 귀빈 여러분,
인류가 사랑하는 안데르센의 동화는 이런 문장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결말을 원합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은 P4G의 정신과 실천을 지지하며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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