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중국을 향한 거센 반발의 파도가 일었다. 대만 민주화를 이룬 후 사상 처음으로 대만 독립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과감한 요구를 내세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중화권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20일 대만 포모사(喜樂島·시러다오) 연대가 타이베이 민진당 청사 앞에서 대만 독립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10만여명이 모여 중국에 의한 강제적 합병을 반대한다는 뜻의 '판빙툰(反倂呑)'와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정밍궁터우(正名公投)'를 외쳤다.
포모사 연대의 발기인이기도 한 궈페이훙(郭倍宏) 전 대만독립건국연맹 미국 본부 주석은 이날 "우리는 무자비하고 난폭한 중국을 향해 '더 이상 함부로 대만을 무시하지 마라'라고 외쳐야 한다"면서 "2357만명의 대만인은 절대 그 어떤 외부 정권의 대만 영토와 인민을 장악하려는 시도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올해 96세 고령의 펑밍민(彭明敏) 전 총통부 자정(국책고문)도 "대만은 반드시 중국의 '강제 합병'의 야심을 반대하고 대항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신장위구르족처럼 기차에 실려 중국 각지로 보내질지도 모른다"고 강한 경계심을 보였다. 또, "일단 중국의 손에 넘어가면 대만은 결국 소멸되고 말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시위를 주최한 포모사 연대는 지난 4월 공식 출범한 민간단체로 리덩후이(李登輝)·천수이볜(陳水扁) 두 전직 총통 등 150여명의 거물급 인사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려면 헌법이나 영토 변경과 관련해 투표를 금지하는 현행 법 개정이 필요하고 이에 포모사 측은 민진당 정부에 법률 개정을 요구 중이다.
하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거부하는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도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민진당은 " '하나의 중국'은 수용할 수 없지만 현 정세를 인정하고 중국과의 현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미국과의 거리를 좁히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지만 크게 '자극'하는 언행은 자제하는 상황. 이렇게 소극적인 모습이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배경으로 언급된다.
시위대는 "중국과 대만은 다른 나라다", "대만은 '예스', 중국은 '노'" 등의 문구를 들고 민진당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만독립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진당은 일단 소속 인사의 집회 참석을 금지시키는 방식으로 국민투표에 대한 반대의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대신 '표밭'으로 꼽히는 남부도시 가오슝(高雄)에서 단순히 중국의 '강제적 합병'을 반대하는 집회를 따로 개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중국은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라며 독립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집권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양안관계가 크게 악화된 것이 중국의 강경함을 잘 보여준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외교적으로도 대만 '고립'에 속도를 올렸다. 최근 대만과의 수교 관계를 유지해왔던 다수의 국가가 대만의 손을 놓고 중국을 선택했다. 이에 대만은 미국과의 정치·군사적 밀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주권과 관련해서는 양보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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