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의 기준을 세우기 위한 규제개혁에 정부가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규제 완화에 따른 기존 산업군과 신생 산업군 간 반발을 상쇄하겠다지만, 규제안을 놓고 이해관계자 간 대립구도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규제개혁을 전담하는 부처가 겉돌면서 정부가 규제개혁에 정면돌파한다는 게 실효성이 있을지에도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업무를 나눠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국무조정실이 규제개혁을 주도해 왔지만, 현 정부 들어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와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혁신성장본부를 신설해 별도의 규제개혁(규제혁신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성장에 발맞춘 규제개혁에 정부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면서 일부 개혁과제를 풀어나간다지만, 아직도 규제개혁 전반의 청사진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미 추진하는 규제개혁과제 역시 반발에 부딪힌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여당과 시민단체가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개혁 1호 법안’ 처리를 저지해 무산됐다. 개인정보 데이터 규제와 원격의료 허용 역시 순탄치 않은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 18일 카카오모빌리티의 신규 카풀 서비스에 반발한 택시업계가 대규모 파업에 나서기까지 했다. 택시업계는 이날 집회 이후 출퇴근 카풀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천막농성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그동안 “혁신성장은 속도전과 공론화 등 ‘투트랙'으로 추진해 갈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다만 이 같은 속도전도 공허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대규모 집회에 앞서 택시업계가 정부 정책을 반박하며 적극 대응을 천명했지만, 정부는 반응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를 혁신성장본부의 민간 본부장으로 선임한 것에 대해 택시업계가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정부는 이 대표 선임이 쉽지 않았다는 점만 강조할 뿐 갈등 이면의 이해당사자의 목소리에 대해 무대응으로 나왔다.
특히 정부가 규제개혁안을 내놓는 방식 역시 비난을 받는다. 규제개혁에 따른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우려해 ‘깜짝 발표’방식으로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 역시 규제개혁안의 우선순위 공개에 철저히 함구하는 모습이다. 규제개혁안을 충분히 알리고 이를 해결할 공론화 방안도 제시하지 못해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에 대한 시각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드러난 갈등만을 해소하려는 방향으로 치우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유교통수단과 택시업계 간의 갈등 요소만 해도, 현재 택시기사의 생산성(소득)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재정여력을 바탕으로 보상개념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 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신사업 도입에도 여전히 아이디어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재정여력을 바탕으로 보상개념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 산업을 되살릴 수 있는 신사업 도입에도 여전히 아이디어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자영업과 마찬가지로 기존 직장에서 생존하지 못해 택시업계로 발을 디딘 운전기사의 생산성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며 “생산성이 위축되는 기존 산업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 규제혁신은 겨우 규제완화 수준에 그칠 뿐이다. 이에 따라 생활을 연명하기 위해 생산성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분야로 이직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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