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5명이 이곳에 오고, 왜 18명이 구금됐을까. 이 모두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화요일(23일)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 의문들이 설명될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오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전말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집권당 연설에서 카슈끄지 사태의 적나라한 진실을 폭로하겠다며 '정의'를 강조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미국에 머물던 카슈끄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실종됐다. 사우디 정부는 그가 멀쩡하게 총영사관을 나섰다고 주장했지만, 터키 당국은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내에서 살해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같은날 카슈끄지에 앞서 총영사관에 들어간 사우디인 15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정보요원, 보안군 관리, 내무부 소속 법의학자 등 면면이 범상치 않다. 이들은 전용 제트기로 같은 날 새벽 터키에 입국해 저녁에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카슈끄지의 살해설을 전면 부인하며 사망설조차 모르쇠로 일관하던 사우디 정부는 전날에야 그의 사망 사실을 인정했다.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내에서 우발적인 싸움 중에 숨졌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용의자 18명을 체포하고 고위 관리 5명을 해임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카슈끄지가 귀국을 종용받는 과정에서 질식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우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온 뒤 불과 한 시간만에 나온 '새 버전'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의 한 관리는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에서 약물을 투여해 납치하겠다는 위협에 저항하다가 질식사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리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가 카슈끄지의 귀국을 종용하기 위해 15명의 협상팀을 파견했고, 이들은 카슈끄지를 일정기간 안가에 감금한 뒤 그가 끝까지 귀국을 거부하면 놓아줄 계획이었다. 카슈끄지가 숨진 건 협상팀이 도를 넘으면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어떤 설명으로도 카슈끄지의 시신 행방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터키 당국은 카슈끄지가 고문 끝에 참수됐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질식사설을 제기한 사우디 관리는 깔개에 말린 카슈끄지의 시신이 처리를 위해 '현지 협력자'에게 넘겨졌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사우디 정부 해명에 직접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23일 밝힐 적나라한 진실의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의도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23일은 '사막의 다보스포럼'이라고 불리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가 사우디 리야드에서 개막하는 날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열리는 FII는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국제 투자콘퍼런스다. 석유의존도를 낮춰 경제를 다변화한다는 경제개혁전략 '비전2030'의 일환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올해는 카슈끄지 파문으로 주요 인사들의 불참 행렬이 잇따라 비상이 걸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밝힐 카슈끄지 사태 전말의 충격파는 FII는 물론 사우디의 대외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FT는 사우디가 2001년 9·11테러 이후 최악의 외교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정부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번 일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의회 등에선 사우디가 왕세자를 교체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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