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지배력 남용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구글이 자사의 앱에 사용료를 부과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럽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은 구글이 그동안 무료로 제공하던 앱을 유료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구글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구글 규제에 대해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로 구글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국내 모바일 게임,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공정거래 실태조사를 벌였고, 지난 8월에는 3주간 구글코리아 본사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외에도 구글 측에 자료를 요청하고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에 전원회의에 심사보고서를 상정한다. 다만 구글 미국 본사에 요청한 자료를 습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는 시간, 공정위 내부에 쌓여 있는 상정안, 공정위 상임위원 간 합의 여부 등을 고려하면 연내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장혜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며 “공정위는 이번 사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7월 유럽연합(EU)의 반독점 규정 위반으로 벌과금 43억4000만 유로(약 5조6350억원)를 물게 됐다.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가 탑재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자사의 앱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해 자사의 서비스만 이용하게 하는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구글은 관련 법을 준수하기 위해 각 앱에 특허 사용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 지메일, 구글 맵스 등이 대표적이다. 제조사가 단말에 이 앱을 설치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IT 전문 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구글은 스마트폰 화소에 따라 10달러(약 1만1200원)에서 최대 40달러(약 4만5000원)를 책정하기로 했다. 유로존 국가별로도 1~3군으로 나눠 차등 부과한다. 영국과 스웨덴 등 주요 국가는 최고 40달러다.
일각에서는 EU가 구글을 규제하려다가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구글의 무료 앱이 EU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74%로 경쟁 상대가 없는 상황이다.
CNBC는 “이번 규제로 구글이 EU 시장에서 모바일 지배력이 약화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선 구글 등 글로벌 기업에도 국내 기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이른바 ‘구글세(디지털세)’ 도입 움직임도 활발하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협력해 외국 기업 과세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도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인터넷업계는 구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플랫폼 영향력이 큰 기업이 국내에서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섣부른 규제 도입으로 국내 기업과 소비자가 역풍을 받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세 도입을 가장 먼저 추진한 곳은 EU다. EU이기 때문에 구글과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네이버 라인 등 글로벌 진출에 활발한 국내 IT 기업이 입을 피해도 고려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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