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공시가격 산정 시 일괄 적용해온 주택 공시비율 손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제안과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공시가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정치권 지적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공시가격 비율을 13년 만에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시비율이란 한국감정원 공시가격 조사자가 산정한 주택 가격에 일정 비율을 곱해 공시가격을 낮추는 것을 뜻한다.
공시비율은 지난 2005년 주택공시제도 도입 이후 주택의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내부 지침 형태로 80%가 적용된다. 이 비율은 토지를 제외한 정부 공시대상 주택 1707만가구에 해당된다.
그간 공시비율은 공시가격 상한 역할을 하는 동시에 보유세 급등을 막는 기능을 해왔다. 특히 집값 변동이 심한 시기에는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높아지는 문제를 차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서울 및 수도권 일대 집값이 급등했고, 고가주택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공시비율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일괄 적용해온 공시비율을 없애 고가주택 등 공시가격을 시세 수준까지 근접하게 올려 보유세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지난 11일 서울시는 국토부에 표준 단독주택의 공시비율 적용을 폐지하고, 점진적으로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높여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 또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역시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해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 단독주택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정동영 의원이 분석한 국토부의 서울시 단독·다가구 주택 실거래가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1억1000만원에 거래된 강북구 미아동 소재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1억4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95%에 육박했다. 반면 64억50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역삼동 소재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6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 용산구, 강남구, 서초구처럼 서울 중심부에 있거나 한강에 인접할 수록 시세반영률이 45% 이하로 낮았고, 구로구나 은평구 등 외곽으로 갈수록 시세반영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에서 단독주택의 평균 공시가 시세반영률이 낮은 지역은 마포구(41%), 중구(42%), 용산구(43%), 강남구(44%) 등이었고 높은 지역은 구로구(53%), 은평구(52%), 성북구(52%), 강북구(50%) 등이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 등 세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오르는 만큼 주택 소유자 보유세도 늘어난다. 강남권이나 서울 중심부 주택들은 공시지가에 시세 반영률이 낮아 상대적으로 시세반영률이 높은 외곽지역 주택들에 비해서 세금 등에서 혜택을 보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박원순 시장이 국토부 입장 변화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서울시와 구청 공무원들이 조사하는 개별주택 공시가격 조사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서울시 산하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여러 조치 중 공시가격을 실거래가 수준으로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것은 지자체이므로 실거래가를 정확히 파악해 과세를 현실화하는 권한을 지자체에 주든지, 국토부가 권한을 갖고 있더라도 실제 조사는 지자체가 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공시가격 산정 방식 개선과 함께 공시비율 개선 여부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공시비율 상향, 폐지 시 주택 공시가격 및 보유세 증가 등에 대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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