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기 디아나 '미투' 폭로에…한국기원 "청바지 입고 있어 준강간 불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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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8-10-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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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기원, 사건 조사 과정서 가해자 편향 질문으로 2차 가해는 물론 피해자 제출 증거 또한 거부

2009년 코세기 다아나 초단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룡 전 9단. [사진=연합뉴스]

헝가리 출신 바둑기사 코세기 디아나 초단이 지난 4월 김성룡 전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가운데, 한국기원이 해당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성 질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23일 한국기원의 '디아나 코세기-김성룡 성폭행 관련 윤리위원회 조사·확인 보고서'를 입수해 "윤리위가 '청바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벗기가 쉽지 않은 옷으로 디아나가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탈의에 협조했다는 김성룡 측 진술이 사실일 경우 준강간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작성된 이 보고서에는 한국기원 윤리위가 사건을 조사하면서 가해자 편향적인 질문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은 물론, 피해자가 제출한 자료 채택 또한 거부한 정황이 드러난다.

조사 과정에서 윤리위는 디아나 초단에게 "김성룡씨가 진술인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춤을 진하게 추면서 호감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사실이 있느냐",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다음날 가해자와 함께 바닷가에 놀러간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인데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 등을 물었다.

당시 디아나 초단은 "일이 발생하고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친구 2명을 따라다닌 것이고, 친구들이 김 전 9단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것 같아 같이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디아나 초단은 사건 이후 친오빠에게 보낸 사건 상황에 대한 e메일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으나, 윤리위는 "전문이 있어야 한다"며 거부했다. 디아나 초단은 "사적인 내용이 많아 변호사의 조언을 토대로 관련 내용만 제출했다"고 해명했지만, 윤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리위는 "김성룡이 즉각적으로 자료를 제출했고, 진술 내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김성룡 측 주장이 상대적으로 일관성 있다"며 "김성룡이 디아나를 집으로 불러 같이 술을 마시고 자다가 성관계를 시도한 것은 분명하나, 성관계를 했는지 준강간이 성립되는지는 미확인됐다"고 결론내렸다.

디아나 초단은 경향신문에 "질의서와 보고서는 김 전 9단에게 유리하게 작성됐다"며 "김 전 9단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윤리위가 보고서를 재작성해야 한다. 현 위원들을 차기 윤리위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원 측은 "보고서에 대한 지적은 들어 알고 있다. 재작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지난 4월 디아나 초단이 "2009년 김 전 9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한국기원 징계위원회는 지난 7월 김 전 9단의 제명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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