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 한라산 남서쪽 자락에 자리 잡은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휴식과 사랑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휴애리(休愛里)'는 제주 속의 제주를 표방하는 가족 휴식공간인 동시에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적합한 곳이다.
▶사랑을 키우는 핑크뮬리
지난 20일 찾아간 휴애리는 9월 14일부터 시작한 '핑큐뮬리축제'로 달달한 기운이 공원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휴애리 공원은 마치 분홍 물결로 휩싸인 것처럼 수많은 핑크뮬리가 피어 있어서, 분홍빛 가을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어진다.
혹시라도 남사친(남자사람친구)이나 여사친과 함께 온다면 금방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핑크뮬리는 원래 이름은 핑크 뮬리 그라스(Pink Muhly Grass)이고 미국의 서부나 중부의 따뜻한 지역의 평야에서 자생하는 여러 해 살이풀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흔히 조경용으로 식재된다. 30~90cm로 자라며 마치 얇은 갈대처럼 보인다.
▶말한테 먹이 줘 봤니?..동물먹이주기체험
휴애리 공원 곳곳에는 염소, 조랑말, 흑돼지, 토끼, 강아지, 양, 타조, 칠면조 등이 있어서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도 기다리고 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동물은 염소. 우리에 갇혀 있기 때문에 뿔에 받힐 염려는 없다. 더욱이 염소들은 사람을 잘 따라서인지 손으로 만져도 놀라지 않았다.
토끼들은 마당에 풀어놓고 기르고 있어 먹이 주기와 토끼를 안아보기 뿐 아니라 운 좋으면(?) 배설장면도 옆에서 자세히 관찰할 수도 있다. 이날도 한 토끼가 길가에서 천연덕스럽게 일을 보고 있었다.
이에 반해 말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조금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 먹이를 주는 사람은 혹시나 말이 당근과 함께 자기 손까지 깨물지 않을까 조마조마할 것이다. 일단 한번 먹이를 주고 나면 그런 생각이 기우라고 바로 느껴질 만큼 당근만 잘 받아먹는다.
도심 속에서 보기 어려운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보고 먹이주기체험을 통해 동물과 교감을 나눠보길 바란다.
▶'맨발 수상스키'를 보여준 흑돼지야놀자(feat. 거위)
돌로 만든 거대한 굴에는 매실을 품은 항아리들이 7년 동안의 긴 잠을 자고 있다. 실제로 이 매실액은 '휴애리 매실액기스'라는 상품으로 판매된다.
동굴 끝에는 붕어빵이 아닌 돼지빵을 판매하는 가판이 있다. 등에 福(복)자를 새기고 가지런히 엎드려있는 돼지빵의 모습은 동굴과 어우러져 참으로 기괴했다.
하지만 동굴을 지나 '흑돼지야놀자' 공연을 보고 나올 때는 '돼지빵'은 사 먹고 싶다는 묘한 감정을 들게 한다.
'흑돼지야놀자' 한마디로 정리하면 돼지들의 '물 미끄럼 타기 쇼'이다.
사육사가 플라스틱 바가지로 구조물을 쳐서 소리를 내면 돼지들은 정해진 길을 따라 미끄럼틀을 오르기 시작한다. 덩치가 큰 우두머리 돼지가 앞장을 서고 그 뒤 돼지들이 일렬로 행렬지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끄럼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반대편으로 내려오기 시작한 돼지들은 중간에 물이 흐르는 경사면부터 미끄러지면서 기묘한 '맨발 수상스키'를 한다.
앞발을 앞으로 내밀고 중심을 잡고 미끄러지는 돼지들의 쇼에 아이들의 웃음이 터트리게 된다. 혹여 실수라도 해서 중심이 흐트러지면 더욱더 재밌는 장면이 연출된다.
돼지쇼가 끝나면 거위들이 등장해 돼지들이 했던 물 미끄럼 쇼를 이어간다. 거위들은 물과 친숙해서인지 날개를 펼쳐서 균형을 잡으며, 돼지보다는 우아한 모습으로 물 미끄럼을 즐긴다.
▶손바닥만한 곤충이 있는 곤충테마관
돌로 만든 동굴과 돼지쇼장 사이에는 곤충테마관이 이다. 돼지쇼를 보러 가기 위해서는 반듯이 이곳을 거쳐야 한다.
곤충테마관에는 제주도에 서식하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수중생물을 비롯해 전갈, 거미, 잎사귀벌레, 잠자리, 대벌레 등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종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큰가시대왕대벌레는 손바닥보다 커서 몸을 오싹하게 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제주의 묘
제주의 묘는 형태가 특이하다. 봉분과 비석을 돌 담이 둘러싸여 있어 마치 봉분을 보호하는 형상이다.
또 돌담 위 한쪽에 담을 쌓아 놓아 먼 곳에 보이는 나쁜 기운을 막는다고 한다.
휴애리에 있는 묘는 제주에 몇 기가 안 되는 문화 자료의 가치가 높은 독특한 제주의 묘이다.
▶지역 농민들과 상생하는 감귤체험
약 2만 평(6만6115㎡)의 휴애리 자연생활공원 외각에는 신례리 지역 농민들이 운영하는 감귤밭이 있다.
양지선 휴애리 대표는 지역 농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이들과 함께 감귤체험장을 열었다.
농민들은 체험자들이 쉽게 감귤나무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감귤을 딸 수 있게 사이를 벌려 감귤나무를 심었으며, 휴애리는 관람객들이 부담 없이 감귤체험을 할 수 있도록 홍보와 운영을 했다.
이날 양지선 대표는 "겉면이 오돌토돌한 것이 맛있는 귤"이라고 말하며 직접 감귤을 따는 과정을 보여줬다.
관람객들은 감귤을 따는 방법을 익히고 배우면서, 직접 딴 감귤을 체험봉투에 담아 갈 수 있다.
이밖에 휴애리에서는 '승마체험' '전통놀이체험'을 운영하고 있고, 11월 중순부터 계절축제인 '동백축제'가 이어진다. 기온이 따뜻할 때는 '화산송이맨발체험','개울물발씻기체험'도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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