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천규 차관이 답변자로 나섰다. 국감은 비교적 차분하게 이어졌다. 지난 23일 조명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치열했던 의원들은 이날 정책질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차관은 의원들 질의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의원들 역시 박 차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환경부 국감은 ‘형식적 절차’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물산업관리클러스터 지정 기관으로 환경공단이 선정된 배경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물 산업 전문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가 탈락한 것이 환경부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학용 환노위원장 역시 “물산업관리클러스터는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당시 한국수자원공사가 환경부 산하기관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떨어뜨린 정황을 환경부가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회의록도 없이 진행한 것도 문제다.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의혹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당일 채점방식이 바뀐 것은 위원들간 많은 고민과 토론을 통해 합의한 것으로 들었다”라며 “위원들간 합의한 상황으로 회의록 작성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 국감을 지켜본 관가에서는 국감 중 장관을 교체한 시점부터 환경정책이 어그러졌다고 입을 모은다. 산적한 환경 분야 정책에 대해 책임 있는 발언을 해야 할 장관이 없는 상황에서 향후 부처 파워도 떨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조명래 장관 후보는 도덕성과 자질론이 도마에 올랐다. 야당에서는 조 후보 지명을 철회하라며 맞서고 있다. 산적한 환경정책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도 김영록 전 장관이 취임 5개월 만에 전남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6월 지방선거까지 공석인 상태에서 차관이 업무를 대행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난제들을 힘 있게 끌고 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장관 선임이 늦어지면서 실무진 중심으로 국감을 치렀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는 5월 조기 대선 이후 구성된 신설 부처라는 점이 감안됐다.
반면 환경부는 그동안 한번도 장관 없이 국감을 치른 전례가 없다. 관가에서는 그만큼 이번 국감이 환경정책 전반에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장관과 차관의 무게는 상당하다. 일단 정무적 부분도 그렇고, 정책에 대한 책임성 여부도 차관이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다”라며 “다른 부처에서도 장관 공석 사례는 있었는데 이번과 같이 국감 중에 차관이 국감 출석을 대행한 사례를 드물다. 환경정책 공백이 우려되는 이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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