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밑바닥 인생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초등학교 교육도 다 마치지 못한 사람이 대학교에 기부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우리 기부가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힘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83세 양영애 씨가 400억원 상당의 재산을 고려대에 기부하며)
평생 과일장사를 하며 모은 전재산을 고려대에 기부한 노부부의 스토리가 연일 화제다. 우리 사회에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선행이 교육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 25일 노부부 김영석(91)씨와 양영애(83)씨는 시가 200억 상당의 청량리 소재 토지 5필지와 건물 4동을 고려대에 기부했다. 추가로 시가 200억 상당의 토지 6필지, 건물 4동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그마치 400억원 상당의 기증으로, 고려대 역사상 개인 기부로는 최대 규모다.
30년간 과일장사를 하면서 100원이라도 수중에 들어오면 쓰지 않고 그대로 은행에 입금하며 근검절약을 실천해온 이들 부부의 ‘억소리’나는 기부 소식은 각박한 현대사회에 훈훈한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 교육계에 퍼지는 아름다운 기부문화
고려대는 노부부 뜻에 따라 기부받은 건물과 토지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사회 내 교육계를 성원하는 움직임은 지금도 계속된다. 현재 고려대 기부자는 약 4만9000명에 달한다. 그 중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는 539명이다.
이에 고려대는 모금과 기부자 예우 등을 체계적으로 실행할 기금기획본부를 2015년 3월 신설해 ‘미래를 여는 고대, 함께 만드는 고대’, ‘장학금 기부자 감사의 밤’ 등 기부자 초청 행사를 꾸준히 개최해왔다. 예우 강화의 일환으로,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들의 예우 클럽을 크림슨 아너스 클럽(CRIMSON HONORS CLUB)으로 명명해 예우 프로그램과 초청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10억 이상 기부자에게는 고대병원 의료비 전액 면제 등 타 대학과 차별화된 예우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에는 천문학도를 꿈꾸다 세상을 떠난 아들을 위해 아버지 김영수(69)씨가 만든 ‘김인하 장학 기금’이 있다. 서울대는 김씨가 아들 유학 비용으로 모았던 1억원으로 기금을 조성해 2004년부터 매 학기 천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에게 200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있다.
연세대는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60여년간 장사해온 고 김순전씨에게서 부동산과 예금 등 총 100억원을 2012년 기부받았다. 연세대는 ‘김순전 장학금’을 만들어 2017년부터 매 학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10여명에게 150만원씩을 주고 있다.
이러한 곳곳의 기부 미담은 소액 정기기부 캠페인으로까지 퍼지며 아름다운 선순환이 되고 있다.
고려대가 2015년부터 시작한 ‘KU PRIDE CLUB(고려대 프라이드 클럽)’은 계좌 한 개당 월 1만원씩 학교 장학금에 기부할 수 있는 캠페인이다. 서울대는 저소득층 학생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만만한 기부’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일반인의 후원으로 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소액기부에 동참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재벌의 동참으로 기부문화 확산돼야
굴지의 대기업들도 기부·인재양성 활동으로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다.
재계 순위 1위인 삼성의 삼성복지재단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재출연으로 지난 1989년 설립됐다. 삼성복지재단은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은 453억원 규모의 자산을 바탕으로 전국에 31개의 삼성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SK그룹은 최종현 선대회장의 20주기를 맞아 인재 양성과 학술연구 지원을 위한 ‘최종현 학술원’을 이르면 다음 달 출범한다. 이를 위해 최태원 회장은 사재인 SK㈜ 주식 20만 주(520억원 상당)를 출연하기로 했다. 또 그룹 지주회사인 SK㈜도 450억원 상당의 소유 토지를 출연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청년 일자리 찾아주기에 팔을 걷어부쳤다. 포스코는 향후 5년간 5500명의 청년인재를 육성해 취업 및 창업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전 교육과정은 합숙으로 진행되며 숙식과 50만~100만원의 수당도 지급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
단순 기부를 넘어 임직원 전체가 참여하는 기부 캠페인도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임직원 98%가 ‘1%나눔재단’에 참여한다. 1%나눔재단은 매월 임직원 급여의 1%를 재원으로 삼아 운영되는데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2년 출범했다. 활용되는 기금은 연 평균 15억 원가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우리사회와 재벌이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의 기초를 다져야한다”면서 “대학에서 나아가 초중고, 공영 유치원까지 기여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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