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말에 이어 지난주에도 세계 주요국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가장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마저 지난 한 주 동안 3% 이상 떨어지면서 올해 상승분을 다 내주었다. 주가 하락은 세계경제의 확장 속도가 둔화되거나 침체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의 금융지수 정보제공 회사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c.)이 제공하는 주가지수에 따르면 세계주가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 세계 주가지수가 올해 들어 10월 26일까지 7.4% 하락했다. 선진국 주가지수는 5.8% 떨어진 데 그쳤지만, 신흥국의 주가지수가 18.9%나 폭락했다. 한국 주가(KOSPI)도 17.8% 떨어졌다.
1996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폴 새뮤얼슨이 “(미국) 주식시장이 지난 다섯 번의 경기침체 중 아홉 번을 예측했다”고 할 정도로 주가는 경기에 선행한다. 실제로 하반기 들어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이 각국에서 관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에 세계경제가 3.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7월 전망보다 0.2% 포인트 낮춘 것이다. 전망 기관의 과거 사례를 보면 경기 확장국면에서 뒤따라 경제 전망치를 올리고, 수축국면에서는 사후에 내리는 경향이 있었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도 전년 동기 대비 6.5%로 전망치 6.6%를 다소 밑돌았고, 2009년 1분기(6.4%)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향후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가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 부채가 GDP의 160%를 넘을 정도로 기업이 부실해졌고, 이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분기 미국 경제는 연율로 3.5% 성장해 전문가 예상치 3.3%를 웃돌았다. 현재 잠재성장률로 추정되고 있는 2.4%를 넘어선 높은 성장률이다. 그러나 지난 2분기 4.2%를 정점으로 점차 둔화하는 추세에 접어들었다. 성장의 내용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1월 말 이후 건설업종 주가지수가 41%나 폭락한 것처럼 건설투자는 올해 들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고, 3분기에는 4.0% 줄었다. 수출이 3.5%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GDP의 69.5%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4.0% 증가해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가처분소득, 10년 국채수익률, 주가지수(S&P500), 주택가격을 설명변수로 해서 미국 소비함수를 추정해보면 주택가격이 10% 하락할 때 소비가 0.7% 정도 감소했다. 같은 비율로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 소비는 0.1% 줄었다.
2016년 8월 3.44%(월평균)였던 모기지금리가 올해 9월에는 4.63%까지 오르면서 주택경기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주택 거래가 계속 위축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가격마저 떨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거품이 해소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지표인 소매판매·산업생산·비농업부문 고용을 설명변수로, 주가지수(S&P500)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회귀식을 추정해보면, 2018년 9월 말 현재 주가는 경기를 27% 정도 과대평가하고 있다. 작은 충격에도 주가가 급락할 수 있는 이유이다. 미국의 가계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36%로 높기 때문에 주택가격과 더불어 주가 하락은 현재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소비가 줄어들면 2009년 6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확장국면이 마무리될 수 있다. 1969년 이후 경기순환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주가지수 고점이 경기 정점에 2~11개월 선행했고, 경기 정점 이후 주가는 평균 11개월에 걸쳐 23%나 떨어졌다. 주식시장에 거품이 발생한 만큼 다가올 경기 정점 이후에는 주가 하락률이 평균 이상일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주가는 그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예고해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책당국이 재정 및 통화정책이라는 무기를 거의 다 써버렸다. 여기다가 금융위기 때 세계경제성장을 지탱했던 중국 경제마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2009년 세계경제가 1983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다가올 경기침체는 그보다 더 깊어질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