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동안 미국 사회를 가득 채운 것은 증오였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CNN은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에서 총기난사 사건을 보도하면서 이렇게 전했다. 이번 총기난사뿐만 아니라 각종 증오범죄가 미국 사회에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 인종차별·증오 범죄 연달아 발생
방송은 지난 24일 켄터키 식료품점 주변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원래 흑인 교회를 노린 것이었으며, 교회 안으로 진입이 여의치 않자 길에서 흑인들을 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범인인 51살의 그레고리 부시는 인종차별적 언행을 일삼은 인물이라고 경찰의 발표를 인용해 CNN은 전했다. 현지 언론은 만약 부시가 교회 진입에 성공했었다면 지난 2015년 6월 17일에는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유명 흑인교회에서 발생한 총기난사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24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지난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등 주요 민주당 인사 앞으로 폭발물이 든 소포가 배달돼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이 즉각 수사에 착수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폭탄 소포발송 용의자는 플로리다 주 애번투라에 거주하는 시저 세이약(Cesar Sayoc·56)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세이약은 공화당원이며, 1991년 이후 절도, 마약, 사기를 비롯해 폭발물 사용 위협 등 범죄 이력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소포는 오바마 전 대통령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수로 널리 알려진 맥신 워터스(캘리포니아) 하원의원과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 앞으로도 폭발물이 들어있는 소포가 배달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번에 소포가 배달된 곳은 모두 '반(反) 트럼프' 진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 뉴스'라고 비판을 일삼았던 매체이며, 미국 현지 언론 중에서 가장 트럼프 비판에 목소리를 높인 곳이기도 하다.
한편 27일에 발생한 총기난사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反유대인 범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범인인 로버트 바우어스(46)는 극우 인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갭닷컴'(Gab.com) 계정을 쓰고 있으며, 프로필에 "유대인은 사탄의 자식들"(Jews are the children of Satan)"이라는 글귀를 올려놓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바우어스는 또 범행을 저지르기 수 시간 전 갭닷컴에 유대인 난민의 미국 정착을 돕는 비영리단체 '히브리 이민자 지원협회(HIAS) 웹사이트를 올리면서 HIAS가 미국 국민을 죽이는 침략자들을 들여온다고 주장하면서 "나는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 나는 행동에 들어간다(I'm going in)"라고 적기도 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 트럼프 진영 파장에 촉각
미국 중간선거가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워싱턴 정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발생한 잇단 사건들에 대해 발빠르게 비판적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 사악한(evil) 반(反) 유대주의 공격은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우리는 증오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달말까지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앞서 폭발물 소포 발송 용의자 체포 소식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테러행위는 미국 안에서 발 붙일 수 없다"면서 "정치적 폭력을 결코 허용할 수 없으며 그것을 뿌리뽑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사건의 범인들이 모두 트럼프 지지자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화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폭발물 소포 배달 용의자인 세이약이 트럼프 열성 지지자로 밝혀진데 이어 유태인 회당 총격범은 자신의 SNS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수주의자가 아닌, 세계주의자”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친(親)트럼프 성향을 보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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