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 리그 레스터시티는 태국인 구단주 위차이 시왓다나쁘라파가 헬기 추락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레스터시티는 2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시왓다나쁘라파의 가족 및 동승객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시왓다나쁘라파를 “다정하고 관대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하면서 “그의 삶은 그가 이끌었던 모든 이들에게 헌신한 사랑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BBC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27일 저녁 8시 30분경 헬기 추락으로 사망한 5명에는 태국인 억만장자인 시왓다나쁘라파뿐 아니라 그의 수행원인 누르사라 수크나마이, 카베폰 푼파레, 기장 에릭 스와퍼와 파트너 이자벨라 로자 레초비츠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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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은 이들이 타고 있던 헬리콥터가 27일 레스터시티 홈구장인 킹파워스타디움을 이륙한 직후 갑자기 기체가 요동치면서 인근 주차장으로 추락해 불길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레스터시티 주장인 웨스 모건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회장의 (사망) 소식에 가눌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그는 이곳 모두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원래 30일로 예정도됐던 사우샘프턴과 레스터시티의 경기는 잠정 연기됐다.
시왓다나쁘라파(61)는 태국 최대 면세점 재벌로 통한다. 그는 1989년 방콕에서 ‘킹파워(King Power)’ 면세점을 설립했고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와 친분을 쌓았다. 2006년부터는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면세점 독점 운영권을 따내고 태국에 관광붐이 일면서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38억 파운드(약 5조5500억원)으로 태국 5대 부자다.
킹파워는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 타이의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4월에는 77층 높이의 태국 최고층 빌딩 '마하 나콘'(MahaNakhon)을 사들이기도 했다.
현재 킹파워가 보유 중인 공항 면세점 독점 운영권은 2020년 만료될 예정이다. 태국 공항공사는 차기 입찰업체 선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의 롯데와 태국 현지업체 몰그룹(Mall Group), 센트럴그룹(Central Group), 방콕항공(Bankok Airways) 등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탁신 총리는 시왓다나쁘라파의 죽음에 큰 애도를 표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눈을 떠서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에 빠졌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좋은 친구였다. 늘 태국의 화해와 평화를 바랐다”고 말했다.
네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시왓다나쁘라파는 2010년 2부 리그인 챔피언십 리그에 있던 레스터시티를 3900만 파운드(약 570억원)에 인수했다. 그는 이후 수백만 파운드의 사재를 털어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런 노력 덕에 레스터시티는 2014년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했고 2016년에는 우승까지 거머쥐어 큰 놀라움을 안겼다. 1884년 레스터시티 창단 이후 첫 승리였다. 2015 시즌 시작 당시 도박사들 사이에서 레스터시티의 우승 확률은 1/5000에 불과했다.
시왓다나쁘라파는 작년 벨기에 2부 리그에 속한 프로축구팀 OH 루뱅을 추가로 인수하기도 했다.
한편 그의 성은 원래 '락스리아크소른'이었으나 2013년 태국 왕실로부터 '진보하는 영광의 빛‘이라는 뜻의 성 ’시왓다나쁘라파‘를 하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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