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은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결론났다. 연초 6000억 달러를 웃돌았던 시장 전체 규모는 10월 말 현재 2000억 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1년도 되지 않아 70% 가까이 쪼그라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대부분의 거래량이 줄면서 한동안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란 데에는 동의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조만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 반면, 아직 '바닥'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30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9월5일부터 두 달 가까이 700만원대 박스권에 갇혀 지루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짧긴 했지만 급등락을 오가던 지난해 말~올해 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박스권을 뚫을만한 호재 혹은 악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가를 위한 비트코인 상품을 내놓는 등의 상황을 호재로 보기에는 암호화폐의 시장 방향성이 불분명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최근 미국 증시가 무너지면서 향후 비트코인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올 4분기와 내년 상반기의 IT(정보기술) 기업 실적 예상이 부정적이어서 미국 증시가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0월 초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비트코인도 급락하는 등 미국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은 최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비트코인의 시세는 하락하게 되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이미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12월 추가 인상할 것이 확실시 된다. 내년에도 두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글로벌 경제위기가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경제위기가 다가올수록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를 대체 투자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실제로 8월초 터키 리라화 가치가 연초 대비 최대 40%까지 급락했을 당시 비트코인 거래량은 급증했고 프리미엄이 형성된 바 있다. 통화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소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던 비트코인을 매수해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것이다.
비트코인이 가격 변동성이 높고 법적 규제가 미비한 상황에서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과도한 인플레이션과 강(强)달러를 잠재울 수 있는 보완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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