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출소한 뒤 인공지능(AI) 등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해 온 이 부회장이 최근 들어 스마트폰 등 기존 사업까지 보폭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기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스마트폰과 가전 등이 중국 업체 등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챙겨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2박 3일 일정으로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일곱 번째이며, 출소 이후 동남아시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AI와 5세대(5G)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북미·유럽 등을 주로 방문해 왔다. 하지만 이번 출장은 기존 출장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들어 주력 사업이었던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 등이 정체되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들을 경영 현장 일선에서 본격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사업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20.4%)를 차지했지만 점유율은 작년 동기 대비 1.7% 포인트 하락했다. 2위를 차지한 화웨이(15.5%)가 같은 기간 4.8% 포인트 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화웨이와의 격차는 4.9% 포인트로 좁혀졌다.
이 부회장은 이번 베트남 출장을 통해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과 타이응우옌 두 곳에서 삼성 스마트폰 전체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연간 1억500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출장기간 동안 이들 공장을 둘러보고 베트남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특히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의 면담도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부회장은 호찌민에 있는 TV·가전 공장 등도 방문해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가전사업 전략을 새롭게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세탁기, 냉장고, 건조기 등은 국내 시장에서 LG전자와 함께 주도권을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 자릿수 점유율을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 반도체 부문도 최근 고점 논란 등 위기론이 나오고 있어 향후 이 부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인 'D램'은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고, '낸드 플래시' 가격은 올들어 9.5% 하락했다. 4분기에는 D램마저 가격 하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고위임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AI 사업은 올해 두드러지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기존사업은 위축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직접 해외 출장길에 올라 신규 투자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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