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소희가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 새로운 캐릭터를 완성했다. 지난 2017년 ‘다시 만난 세계’를 통해 첫 연기에 나섰던 그에게 ‘백일의 낭군님’은 색다른 경험을 안겼다.
지난 29일 오전 한소희는 ‘백일의 낭군님’ 종영 기념 인터뷰를 위해 서울 종로구의 아주경제 본사를 찾았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야무지게 이어가는 모습에서 풋풋한 신인의 느낌보다 되려 내공있는 연기자의 기품이 느껴질 정도였다.
한소희는 평균 11%대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천하일색, 경국지색 세자빈 김소혜로 분해 ‘희대의 음탕녀’에서 ‘비극 로맨스’를 연기하며 새로운 세자빈 캐릭터를 완성 시키며 눈도장을 찍었다.
사전 제작 드라마는 처음인 그에게 ‘백일의 낭군님’ 종영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다작을 한 건 아니지만 사전 제작 드라마는 처음이었어요. 4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4~5개월 정도 촬영을 했어요. 종영을 앞둔 소감이, 어떤 기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원섭섭했던 것 같아요. 촬영한 기간에 비해 방영하는 시기가 굉장히 짧기 때문인 것 같아요.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지만 짧게 끝나서 아쉽기도 해요.(웃음)”
‘백일의 낭군님’은 tvN 월화극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또 오해영’도 앞선 수치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은 셈이다.
“저는 좀 달랐던 게 잘 될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돈꽃’을 촬영할 때도 그랬지만 현장 분위기가 좋으면 드라마가 잘되는 것 같았거든요. 시청률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이 드라마는 재미있겠단 생각을 했었어요. 첫방송 시청률을 2~3%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높게 나와서 공약도 이행할 수 있었죠. 하하하.”
그렇다면 ‘백일의 낭군님’이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작가님 대본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정말 버릴 게 하나도 없어요. 짧은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성격이 다 담겨있었고, 제가 느꼈던 세자빈이라는 캐릭터도 불쌍한 척 하고 감정적으로도 날 품어주지 않는 세자 때문에 감정을 드러낼 수도 있었을텐데, 세자빈은 자기 아이를 위해서라면 저잣거리의 남자를 죽일 수 있을만큼 깡다구를 가진 여자였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팽팽하게 붙으면서 시청자 분들께서 재미를 느끼신 것 같아요. 또 드라마가 궁궐과 송주현 마을과의 대비가 컸다는 것도 재미있는 시청 포인트 중 하나라고 봐요. 또 율고 월든이 궁과 송주현을 왔다갔다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도 너무 재밌고요. 기억을 잃은 세자가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잖아요.
한소희와 인터뷰를 진행할 당시는 ‘백일의 낭군님’이 2회분 방송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배우들의 촬영은 모두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결말에 대해서도 미리 들을 수 있었다. 무연(김재영 분)의 죽음을 알고 오열하는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울렸던 한소희. 그는 결말에 대해 “슬펐어요. 제가 제작발표회 때 말했었지만 소혜가 모든 걸 가졌지만 모든 걸 가지지 못한 캐릭터라고 했었거든요. 그 말에 적합한 결말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한소희.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더위와 싸우면서 촬영해야 했던 점이었다.
“제가 회임을 하고 아이를 품고 있는 장면을 연기하다 보니 배에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했어요. 이번 여름 정말 더웠잖아요.. 옷을 다 벗고 있어도 더운 날씨에 세자빈의 경우 신분이 높아 천도 두껍게 여러 겹 겹쳐있었는데, 너무 더워 땀띠 같은 것도 생겼었어요. 그리고 임신 초기와 중기, 후기 등 배의 크기 정도가 달라서 기간마다 종류별로 찼어요. 초기 때의 더위와 만삭 때의 더위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웃음)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저는 궁궐에만 있어서 세트에 있었지만 송주현 마을 사람들은 거의 야외 촬영이어서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한소희가 연기한 세자빈 김소혜는 악녀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이 외로웠던 캐릭터다. 그는 어떻게 캐릭터를 준비했을까.
“사실 이번에 좀 아쉬웠던 건 제가 생각하고 표현하려 했던 노력에 비해 많은 걸 표현하지 못했다는 거였어요. 배경은 사극이라 조선시대였지만 어쨌든 소혜 역시 현 시대를 살아가는 한 여자의 모습을 그리는 캐릭터잖아요. 아빠 때문에 희생당해 정략결혼을 하게 된 여자 캐릭터라서 그런 걸 표현하려 하다 보니 사극 말투와 사극톤에 많이 부딪혔어요. 그래도 소혜의 안쓰러움이나 외로운 감정에 초점을 맞춰서 연기를 했었죠. 제가 가장 아쉬운 건 그걸 표현하면서 조선 시대의 신분을 갖고 있는 한 여성도 표현해야 하는 부분인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극중 세자빈 김소혜를 ‘희대의 음탕녀’로 표현했지만, 그의 또 다른 이면에는 10년동안 세자에게 사랑받지 못한 비련의 여인이다. 그런 소혜에게 처음으로 사랑하는 남자 무연이 생겼고, 그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 실제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한소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저는 세자빈이라는 직책을 내려놓을 것 같아요. 결혼했는데 정리를 하고 만나야하지 않을까요.(웃음) 아빠 때문에 엮여있는 것도 있다 보니 세자빈 직책 대신 사랑하는 사람과 도망을 갈 것 같아요. 자유롭게 사랑할 수 없다면 도망가는 방법이 가장 나을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음탕녀’라고 기록에 남을뿐더러 세자빈 폐위 되는 건 당연하고 실제로도 가문이 멸하는 경우도 있다 하더라고요.”
원하지 않는 결혼으로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소혜는 항상 아빠인 김차언(조성하 분)을 향한 원망을 드러냈다. 특히 김차언의 딸이라는 사실이 원망스럽다는 대사는 꽤나 인상 깊었다.
“그 장면을 찍기 전 김차언이 소혜에게 ‘너 하나 때문에 겨우 일으킨 가문이 망한다’고 했었죠. 그 전사가 있고 장면을 찍다보니 아버지를 향한 원망스러운 감정이 배가 됐어요. 그래도 아빠인 김차언에 대한 동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못된 김차언이라는 캐릭터도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스토리가 있었잖아요. 저는 그의 딸이었으니 그걸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원망 가득했던 아버지였지만, 실제 대선배 배우인 조성하에게 많은 걸 배웠다는 한소희. 그는 “조성하 선배님은 집중력이 정말 대단하시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선배님은 현장에서 순간 집중력이 빛나는 분이에요. 평소에는 정말 장난기 많으신 분이지만 연기가 시작되고 신이 딱 들어가면 눈빛이 바뀌세요. 저는 신인이라 현장 분위기에 많이 좌지우지 되는 편인데 선배님께서 집중해주시면 저도 덩달아 얻는 시너지 효과가 확실히 있어요. 정말 편하게 해주시는 분이시죠.”
※ [AJU★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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