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국내 1위 맥주 브랜드 ‘카스’를 보유한 오비맥주의 인수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3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오비맥주 인수를 위한 TF팀을 꾸리고 관련 인재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과거 두산소주를 기반으로 성장한 롯데주류 출신 인재들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마케팅분야 임원이 주요 대상으로, 이들이 롯데주류의 첫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를 성공시킨 주역들이란 점도 신세계의 오비맥주 인수설에 무게를 싣게 한다.
현재 신세계는 와인업계 1위인 신세계L&B와 2016년 인수한 제주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편의점 이마트24 등 전국적인 유통망을 보유한 덕에 가정채널 진입이 쉬운 편이다.
그러나 정작 주류시장의 핵심인 일반음식점과 주점 등 유흥채널에서는 탄탄한 영업력을 가진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등에 밀려 약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신세계가 오비맥주의 카스를 손에 쥐면 제주소주까지 패키지로 유흥채널 진입이 용이할 것이란 계산이다. 카스 하나만 품으면 신세계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단박에 주류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오비맥주의 글로벌 본사인 세계 최대 맥주기업 AB인베브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국세청과 관세청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맥주 수입은 연 평균 30% 수준으로 급격하게 증가해 2014년부터는 이미 수입량이 수출량을 초과했다.
이처럼 국내 맥주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 등은 수입맥주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발포주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따라서 AB인베브가 국산맥주 보다는 자체 보유한 다양한 수입맥주로 성장하는 시장에 재투자를 하는 게 한국에서는 더 낫다는 판단을 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이미 국산맥주인 카스를 ‘2018 러시아 월드컵 패키지’ 등 일부 생산량에 대해 해외공장에서 제조해 역수입하기도 했다. 국내 광주공장에서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생산해 일본에 수출하는 발포주도 올해부터 납품처가 축소되면서 수출량이 줄었다. 일본에서 현지 기업 ‘기린’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AB인베브가 아닌 오비맥주의 움직임이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AB인베브가 2015년 사브(SAB)밀러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후 인수금액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오비맥주 매각설의 한 배경으로 대두됐지만, 자금 문제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카스’를 끌고 갈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매각설로 인해 직원들이 동요해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다. 사실무근인 소문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매물’인 입장에서 정확히 알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최근 조회공시 요구도 받았지만, 오비맥주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며 관련 TF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수입판매하고 있는 맥주 브랜드를 제외하고 카스만 매각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대금은 5조원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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