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여행한다]③오붓한 책방이 주는 낭만…원주 작은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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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기자
입력 2018-11-0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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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절정인 11월은 여행하기 좋은 때이기도 하지만 책 읽기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는 책방으로 떠나는 가을여행지로 ‘작은책방’ 이라는 주제로 국내 곳곳의 책방을 11월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책과 함께하는 도심 산책, 경의선 책거리 (서울시 마포)’, ‘책에 대한 모든 것을 누리다, 파주출판도시 (경기도 파주)’, ‘오븟한 책방에서 즐기는 가을 사색, 원주 작은 서점 (강원도 원주)’, ‘고즈넉한 전원주택 단지에 자리한 가정집 서점, 괴산 숲속작은책방 (충청북도 괴산)’, ‘책이랑 함께하는 모험 놀이터, 농부네텃밭도서관 (전라남도 광양)’, ‘헌책방으로 떠나는 문화여행, 물레책방 (대구광역시)’ 등이 그곳이다.
11월 가볼만한 작은 책방들을 총 6회에 걸쳐 싣기로 한다.

 

스물굿씽 내부 공간[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원주의 책방은 오붓하다. 작은 서점이 산골에, 골목 뒤쪽에 한적하게 둥지를 틀었다. 책방 주인의 정성이 담긴 책이 소박한 책꽂이를 채우고, 커피 향 그윽한 나무 탁자가 온기를 전한다. 터득골북샵, 스몰굿씽, 책방 틔움 등이 원주에서 만나는 작은 책방이다.

‘터득골북샵’은 산골에 터를 잡았다. 흥업면 대안리의 옛 지명이 터득골이다. 출판 기획자와 동화 작가 출신 주인 내외가 터득골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었고 2년 전 문을 연 산골 책방은 도심을 벗어난 작은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찾아가는 길은 녹록지 않다. 시골길을 따라 굽이굽이 달린 뒤 비탈로 접어들어야 한다.

터득골북샵은 숲 속 산채 같은 투박한 외관으로 외지인을 반긴다. 텃밭을 지나 올라서면 햇볕에 기대 책을 볼 수 있는 야외 공간이 나오고, 그윽한 나무 향 너머 책방으로 이어진다.

터득골북샵은 ‘마음과 닿는 책’을 지향한다.

명상, 자연 등 마음과 삶을 다독이는 책을 주제로 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도 있다. 시중에 회자되는 베스트셀러 대신 책방 주인이 엄선한 책이 따뜻하게 서가를 채운다.

차와 음식을 맛보는 공간은 아늑하다. 브런치샌드위치에 곁들이는 샐러드는 직접 재배한 채소를 사용하며, 드립 커피와 북인도 차이티(Chai tea), 오미자차도 향기를 더한다. 책방 가옥뿐 아니라 나무 탁자, 음식을 내는 그릇, 담에 걸린 새집 등에도 주인 내외의 지인인 예술가의 손길이 서렸다.
 

터득골북샵의 내부 서가[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터득골북샵에서는 북 스테이가 가능하다. 숲과 자연에서 책 향을 맡으며 여유롭게 가을밤을 즐기기 좋다.

책방에서 산길로 연결되는 뒤쪽에는 작은 공연장이 있으며, 책과 예술을 테마로 숲 속 강좌와 캠프가 열린다. 서점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며, 월·화요일에 쉰다.

판부면 매봉길에 자리한 ‘스몰굿씽’은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서점 이름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에 실린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에서 따왔다. 이곳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작은 쉼터를 꿈꾼다.

도심 변두리에 들어선 서점은 외관부터 살갑다. 뒷골목 3층 가옥에 낙엽이 내려앉은 마당이 있고, 골든레트리버 ‘감자’가 담장을 지킨다. 마당을 가로질러 나무 문을 슬며시 열면 스몰굿씽이다.

주인은 원래 회계사였다. 한때 귀농을 꿈꾸다 원주에 정착했고, 책이 좋아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기억을 되살려 3년 전에 서점을 열었다.

서점은 빈티지한 북카페 형식을 띤다. 한쪽에 긴 탁자가 있고, 오래된 책상과 의자가 책꽂이를 바라보며 성기게 놓였다.

책과 바가 어우러진 공간에서는 주인장이 직접 내린 드립 커피와 홍차를 맛볼 수 있다. 붉은 벽돌이 드러난 서가에 꽂힌 책은 1000종이 넘는다.

오픈 초기에는 독립 서적을 다뤘지만, 최근에는 취향에 따라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갖췄다. 스몰굿씽에서는 책 애호가를 대상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도 한다.

드로잉 작가와 만남, 글쓰기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한다. 서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열며, 화요일에 쉰다.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만나려면 ‘책방 틔움’으로 발길을 옮긴다. 원주역 인근에 자리한 서점은 소장한 책 95% 이상이 독립 서적이다.

손님 역시 홀로 책을 출판하려는 예비 작가와 동네 책방에 흥미를 느끼는 청년 애호가다.

인터넷 서점과 대형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독립 서적이 대부분이며, 카페로 사용되던 공간을 개조해 지난 1월에 독립 서적 전문 책방으로 문을 열었다. 수익금은 지역 청소년을 위한 지원금으로 활용된다.

책방 틔움이 위치한 학성동 일대는 원주 구도심으로, 빈집이 많고 도심 재생의 수순을 밟는 지역이다.

책방 틔움의 책은 스펙트럼이 넓다. 여행기와 에세이를 포함해 사랑, 이별, 병상 일기 등 다양한 소재를 담는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독립 출판물 관련 모임을 마련하고, 초보 작가와 디자이너가 품앗이로 작업하기도 한다. 서점에 붙은 엽서에는 책 쓰기에 입문한 작가의 감사 인사가 빼곡하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 밤은 책방 틔움의 흥미진진한 시간이다. 책, 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심야책방을 연다. 11월에는 ‘술의 인문학’을 테마로 술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책방에서는 이 지역 유자로 만든 유자차, 식혜 외에도 동네 한의사가 추천하는 쌍화차, 공정 무역 커피 등을 제공한다. 서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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