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원정 출산을 막겠다는 뜻을 밝히자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어떤 사람이 입국해 아기를 낳으면 본질적으로 미국 모든 혜택을 누리는 시민이 되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다. 말도 안 된다. 이제 끝내야 한다"며 해당 제도를 행정명령으로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도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낳은 아이가 아니면 시민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사람, 행정관할권 내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라고 명시된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와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뉴욕타임스(NYT)는 "출생시민권 권리는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폐지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안은 법적 합의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넘버스(Numbers) USA'가 만든 자료를 보면 33개 국가가 자국 내 출생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 미국이 출생시민권을 부여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한 부분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CNN은 "150년 전에 개정된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법학자 상당수는 "출생시민권 제도를 바꾸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사실상 위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고, 피터 스피로 미국 템플대 법학과 교수는 "수정헌법 14조가 정의한 시민권 조항의 의미는 분명하다. 바로 미국에서 태어난 어린이는 미국 시민이라는 것"이라며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내 자문단이 당연히 그 사안도 검토했다. 검토 결과 의회의 법안 처리를 통해 명확히 처리할 수도 있지만, 행정명령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게 자문단의 검토 결과"라고 주장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 출생 시민권이 폐지되면 자녀의 미국 시민권 취득을 위해 각 나라의 부모가 원정 출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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