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기업공개(IPO) 시장이 쓰디쓴 현실에 직면했다. 올해 IPO 규모는 2010년 이후 최대였지만 상장 기업들은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올해 세계 IPO 시장에서 홍콩거래소는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홍콩 증시에서 약 160여 개의 기업이 신규 상장해 305억 달러(약 35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상장이 예정된 기업도 12곳 이상이며 약 150여 개 기업은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신규 상장 기업들은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7월 초 상장을 통해 54억3000만 달러를 조달했던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10월 말까지 주가가 28%나 떨어졌다. 중국 배달앱 메이투안 디앤핑도 9월 상장 후 27%나 곤두박질쳤다. 많은 스타트업의 IPO를 책임졌던 중국 투자은행 차이나 르네상스마저 상장 한 달만에 주가가 거의 반토막 났다.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 10월 31일 상장 첫 날 19% 급등하면서 16.58홍콩달러(약 2400원)로 마감했으나 상승 흐름이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앞서 상장한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선례가 좋지 않아서다. 8월 1일 상장한 아스클래티스 파마는 주가가 60% 가까이 폭락했고, 베이진도 8월 8일 상장 후 37% 떨어졌다.
대부분이 상장 후 며칠 동안 주가가 소폭 상승하거나 보합세를 보이다가 이후 몇 주에 걸쳐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WSJ는 분석했다.
신규 상장사들의 부진한 성적의 원인은 전반적인 투심의 위축이 꼽힌다. 홍콩 항셍지수는 1월에 기록한 연중 최고치에서 25% 이상 하락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투자자들은 미래 성장이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IPO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인 스텔라 위엔은 “지난 여름부터 신규 상장사에 투자했지만 올해에는 하지 않았다. 신규 상장사 투자라는 위험을 감수하기에 현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과대 포장'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홍콩 소재 차이나알파 펀드 매니지먼트의 사이릭스 왕 펀드 매니저는 WSJ에 “IPO 시 기업들의 몸값이 미래 매출과 수익 대비 지나치게 부풀려서 평가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성장 목표를 충족할 수 있다는 근거를 증명해야 하며, 그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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