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을 조달할 경우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의 지분율이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분석한 결과 교보생명이 다른 상장 생보사와 유사하게 신주를 발행한다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9%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현재 36.91%(특수관계인 포함)인 지분율이 20% 중후반까지 떨어진다는 의미다.
최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으로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풋옵션 행사를 의결하고 이를 교보생명에 공식 통보했다. 이로써 교보생명은 다시 한 번 IPO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재무적투자자(FI)를 달래기 위해 IPO를 완주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IPO는 회사의 자본 조달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사안이다. 때문에 외부에서 규모 및 전략을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교보생명이 다른 생보사와 유사한 방식과 규모로 신주를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비교적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변수는 자본조달 규모다. 최근 상장기업을 살펴보면 상장 전 자본총계(순자산가치) 이상의 자본을 시장에서 조달하는 기업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보사는 그런 방식으로 상장을 시도하지 않았다.
상장 생보사 5곳의 자본조달 규모(순수입금)를 살펴보면 보통 상장 당시 자본총계의 20% 수준이다. 현재 교보생명의 자본총계가 9조857억원임을 감안하면 순수입금 목표는 20% 수준인 1조8171억원 안팎이 된다.
다음 변수는 공모가다. 보통 비상장 기업의 공모가는 상장 전 유상증자 공모 가격이나 FI의 1주당 투자 가격이 가이드 역할을 한다. 지난해 FI 사이의 지분 거래의 주당 가격은 29만5000원이었기에 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상장 생보사 주가가 많이 낮아졌다.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등 모든 생보사가 청산가치(PBR 1배 미만)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된 상태여서 FI의 생각보다 공모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감안하면 교보생명의 공모가는 20만원 중후반 수준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교보생명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IPO를 진행했을 경우를 살펴보기 위해 공모가를 29만5000원으로 가정했다.
공모가 29만5000원으로 순수입금 1조8171억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615만9661주를 발행해야 한다. 우수리를 없애려면 616만주를 발행하면 된다.
발행 절차가 마무리되면 교보생명의 전체 주식수는 지금의 2050만주에서 2666만주로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현재 교보생명의 주식 756만5648주를 보유한 신 회장의 지분율은 36.91%에서 28.38%로 8.53%포인트 하락한다.
만약 교보생명이 자금 조달 규모를 늘리거나 공모가가 낮아진다면 희석 효과는 9%포인트를 넘어서게 된다. 당장 공모가가 27만원으로 책정된다면 9%포인트 이상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신 회장은 20% 중후반 수준의 지분율로 안정적 지배력을 구축할 수 있을까. 상장 기업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찾아보기 어려운 국내 환경에서는 지분율 저하가 큰 약점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액시트(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가진 지분율이 상장 후에도 15%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상장 생보사의 대주주는 대부분 40% 중후반이 넘는 지분율을 지키고 있는 점도 기분이 좋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주를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신 회장의 지분이 9%포인트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며 "우리 외에 다른 많은 증권사들도 이와 유사한 결과 값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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