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이 전격 전화통화에 나서면서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 간 무역전쟁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에 연일 대(對)미 비판을 쏟았던 중국 언론은 바로 태세를 전환했지만 미국 행정부 내 고위 관리들은 합의가 임박한 것은 아니라며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해 반응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4일 중국 관영언론 신화망(新華網)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에 대해 국제 여론이 이를 매우 건설적인 조치였다고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로이터통신 등 다수 외신을 인용해 “미·중 정상이 이번 통화에서 무역전쟁 완화의 기대감을 높였다”며 “양국이 향후 구체적 조치를 취해 무역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왕빙난(王炳南)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관련 행사에서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존중하는 회담을 통해 미·중 무역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다”며 “건강한 양국 관계 발전을 공동으로 촉진시킬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논평을 통해 미국에 하루도 빠짐없이 맹공을 퍼붓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환구시보도 2일에는 비판의 내용을 싣지 않았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방금 시 주석과 길고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무역에 중점을 두고 많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후 블룸버그통신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시 주석과 회담에서 논의할 무역 합의안 초안 작성을 장관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무역전쟁 완화 기대감도 커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중국 매체들도 대미 비판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 내 고위 관리들은 타협 가능성에 대한 관측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미 취합해둔 것들을 보통 때처럼 통상적으로 훑어보고 있다”며 “큰 움직임이 전혀 없고, 거대한 것은 아예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아직 무역협상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며 커들로 위원장과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중국 기술탈취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여전히 강력하다. 1일 두 정상의 통화 직후 미국 법무부는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기밀을 훔친 혐의로 중국의 푸젠진화반도체와 UMC를 기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소일은 9월 27일이지만 미국 법무부가 1일 민사소송까지 함께 제기한 것. 민사소송을 통해 푸젠진화와 UMC가 이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어떤 제품도 미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향후 양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무역협상의 기준점은 오는 5일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시 주석의 연설 내용에 담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커들로 위원장은 앞서 언급한 CNBC와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시 주석의 연설에 ‘작은 타협안’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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