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 (77)] MSD, 국내 바이오시밀러와 ‘피할 수 없는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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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입력 2018-11-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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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산 바이오시밀러 약진에 오리지널 의약품 판매 부진

  • 유럽서 저가 공세 ‘램시마’에 완패…삼성바이오에피스와도 협업 중단

[사진=MSD 홈페이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2012년 첫 등장 이후 현재는 의약품 개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굴러온 돌’ 바이오시밀러는 ‘박힌 돌’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빼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바이오시밀러와 첫 악연을 맺은 곳이 바로 미국 다국적제약사 엠에스디(MSD)다.

2012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바이오업체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 개발한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허가했다. 램시마는 얀센이 개발한 오리지널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신약 ‘레미케이드’ 복제약이다. 셀트리온은 이후 유럽 허가 등 해외로 판로를 넓혔고, 유럽에서는 2015년 2월 레미케이드 특허만료 이후부터 램시마가 판매됐다.

레미케이드 유럽 판매사인 MSD는 그렇게 램시마와의 경쟁에 직면했다. 오리지널보다 약 30~40% 가격이 낮은 램시마의 공세는 대단했다. MSD는 2015년 10월 레미케이드 판매가격을 25% 인하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그해에만 시장점유율 20%를 빼앗겼다. 레미케이드가 2014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10대 의약품’ 3위에서 2015년 7위로 떨어졌다는 통계도 나왔다.

레미케이드 유럽 판매 부진은 계속돼 2016년 매출액은 12억6800만달러로 전년보다 약 30% 줄어들었다. 결국 유럽 전체 매출에 타격을 입은 MSD는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영향으로 레미케이드 매출이 감소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까지 가세해 유럽 시장 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MSD와 바이오시밀러 간 악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MSD는 2013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협력관계를 맺고, 바이오시밀러 공동개발과 판매 등을 담당키로 했다. 당시 한국MSD에서는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향후 국내를 비롯한 다국가에서 삼성 바이오시밀러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국내 판권은 한국MSD에서 유한양행으로 넘어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한국MSD가 관련부서를 폐지하는 등 바이오시밀러 영업을 중단했다는 추측이 확산되기도 했다. 다만 판권 해지는 한국만 해당된다는 것이 MSD측 설명이다.

‘질긴’ 악연은 지난달에도 있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MSD가 공동 투자해 개발한 당뇨병치료제 바이오시밀러 ‘SB9’(제품명 루두수나) 개발·상업화 계약이 해지됐다고 발표했다.

MSD는 2014년 2월부터 계약을 맺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SB9 개발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시장 환경, 생산 원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상업화 중단을 결정했다. 결국 계약 해지 조건으로 보상금 1억5500만달러 지급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제안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를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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