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공을 들인 외교무대 중 하나인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가 5일 성대한 막을 올린다. 대외개방 지속과 경제 세계화 수호를 강조하기 위해 중국이 마련한 대형 이벤트로 상하이 훙차오(虹橋) 국가회의전람중심(NECC)에서 오는 10일까지 이어진다.
미국을 향한 압박카드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이번 박람회는 최근 미·중 정상 간의 전화통화로 무역갈등 완화 무드가 형성되면서 중국이 다시 미국을 향해 손짓하는 '화해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은 개막식 연단에 오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가 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박람회에는 18개국 정상과 총리 등 180여개 국가 및 지역의 정치인사, 기업인, 국제기구 대표과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애플의 하청업체이자 대만계 회사인 폭스콘 등 3000여개 기업이 참여한다. 참가기업 수 기준으로 역대 관련 박람회 개최국 중 3위 수준으로 중국을 비롯해 해외 초청 바이어 수도 15만명에 육박한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물론, 빌게이츠 MS 회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의 수장도 참석한다.
일대일로 연선국가에서만 전체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10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석한다. 이번 박람회에 참석하는 기업들은 농산품, 일회용품, 의류, 가전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이번 박람회에서 새롭게 공개되는 신제품과 신기술도 100여개가 넘는다는 설명이다.
중국 언론은 이번 박람회 개최를 높게 평가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관영언론인 중국중앙(CC)TV는 3일 "시 주석이 직접 계획하고 직접 추진한 국제수입박람회가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이해 열린다"면서 "중국은 행동으로 중국 개방의 '문'은 닫히지 않으며 계속 활짝 열린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이번 박람회 개최는 국제무역 발전사에 남을 일로 중국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대외개방을 추진하기 위해 내놓은 중대 전략이라며 이는 중국의 무역 자유화와 경제 세계화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반영한다고도 했다.
증권시보망은 3일 "중국 최초의 국제수입박람회 개최는 하나의 시작이자 창구로 앞으로 계속해서 글로벌 무역 관련 행사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량의 수입 상품과 서비스가 중국에 쏟아지면서 중국인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더 많은 국가와 지역이 중국과의 협력하면서 막대한 잠재력의 중국 시장에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엿보이듯 이번 박람회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내놓은 일종의 '무기'로 해석되는 분위기였다. 시장 개방에 대한 중국의 의지와 결심을 세계에 다시 보여주고 중국 시장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박람회가 미·중 무역갈등 해소의 물꼬를 틔울 기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전화통화가 성사된 것이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시 주석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고 중국과의 무역합의를 위한 초안 작성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증폭됐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시 주석의 박람회 개막식 연설 속에 '작은 화해'가 있을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박람회가 무역갈등 해소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이를 시작으로 이달 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서 두 정상이 만나 본격적인 협상 여정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부적으로는 "큰 변화는 없는 상태"라며 성급한 결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시장에서도 양국 정상이 만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갈등을 끝낼 타협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미국이 중국에 관세폭탄을 던지며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유는 대중국 무역 적자와 지식재산권 침해인데 지식재산권 화살의 끝에는 중국의 산업 선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제조 2025'는 중국의 핵심 성장전략으로 양보가 어려우며 이에 양국의 협상과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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