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거래일 만에 20원 이상의 낙폭을 보인 원·달러 환율은 연말까지 제한적 약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고, 미국의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한동안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21.6원)보다 1.9원 오른 달러당 1123.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 큰 폭의 하락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국내 외환시장은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며 출렁였다. 지난달 26일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코스피·코스닥 급락 등의 이유로 달러당 1141.9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11일 기록한 1144원 이후 올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1주일 뒤인 지난 2일에는 하루에만 16.5원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히면서 무역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고조로 치닫던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원화 강세가 다소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펀더멘털과 글로벌 자금 흐름의 방향을 볼 때 여전히 신흥국 자금 흐름이 불안해 움직임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 조짐을 보이면서 '1달러=7위안화' 시대는 당분간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을 1100원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장보형 팀장도 "최근 환율 급등을 유도했던 대외 불확실성 충격들이 향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나라의 양호한 대외신인도나 외환건전성, 견조한 외국인 자금유입 등이 관심을 끌면서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장 팀장은 연말 환율이 1120원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남은 두 달 동안 지켜봐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
미국은 6일(이하 현지시간) 중간선거가 실시되며 7~8일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다.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단행할 것은 기정사실화 했지만, 내년 인상 속도에 따라 환율 움직임이 크게 바뀔 수 있다.
3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한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현재는 경기하강 우려 등으로 동결 전망이 적지 않다.
수출 실적도 연말 환율을 결정짓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경기 불황으로 수입이 줄면서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며 "10월 수출은 조업일수 영향과 계절적 요인으로 전년비 22.7% 증가했지만 연말까지 수출은 하강 흐름이 이어지고 12월 수출 증가율은 근래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수입도 함께 감소하는 무역수지는 상대적으로 견조하지만, 수출 증가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원화의 상대적 강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연말 원·달러 환율 타깃은 1155원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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